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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G' 개인적 욕망으로 본 역사 이면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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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G' 개인적 욕망으로 본 역사 이면의 풍경

입력
2008.08.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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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지음ㆍ김현우 옮김/열화당 발행ㆍ468쪽ㆍ1만5,000원

미술비평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진이론가, 시인, 소설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글을 쓰며 웅숭깊은 진보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 영국 출신 작가 존 버거(82)의 장편이다. 1972년 발표돼 부커상, 가디언 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내엔 처음 번역됐다.

주인공 이름인 조반니(Giovanni)의 이니셜을 제목으로 삼은 이 소설은 1886년에 태어나 1915년에 죽은 주인공의 일대기를 좇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쇠락해가는 부르주아 가문의 후계자인 주인공의 생애는 유럽에서 부르주아 문화가 서서히 와해되는 시기와 겹친다. 하여 그가 지닌 생의 감각은, 개인적 지위와 사회적 삶이 일치됐던 아버지나 삼촌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G의 여성편력은 사회적으로 규정되지 못한 개인적 욕망의 발산이다. 다르게 말하면 사회적 의미 없이도 개인들의 욕망이 충족되는 지점이 섹스이고, 주인공의 돈 후안적인 삶-조반니는 돈 후안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모두 거기(섹스)에 있다. 원초적이고 아직 가능태로만 존재하는 그 의미를 말로 끄집어낼 수 있을까. 거기에서는 모든 경험이 자유의 경험이 된다.”(299쪽ㆍ인용구 위엔 남성 성기가 단순한 선으로 그려져 있다)

소설 전개 방식이 특이하다. 시점은 부단히 바뀌고, 저자가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어온다. 이야기 도중 철학적 사색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이 불쑥 끼어들고, 삽화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선형(線形) 구조를 벗어난 실험적 형식이 개인적 욕망이라는 사적(私的) 역사로 격변하는 공적 역사 이면의 풍경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버거는 한국어판 서문을 따로 붙이면서 를 “손으로 그린 지도들을 묶은 책”으로 비유했다. “역사의 전환점들을 그린 지도, 그리고 인간의 몸, 여성성과 남성성을 표시한 지도 말입니다. 그 지도들의 목적은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인간의 욕망이 흘러가고, 우회하고, 급격히 속도를 내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명료하게 밝혀주는 데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시집 <아픔의 기록> (장경렬 옮김)이 함께 출간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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