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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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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입력
2008.08.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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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인그램 지음ㆍ홍성녕 옮김/알마 발행ㆍ566쪽ㆍ1만9,800원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들어오던 지난 4월 시내 한 복판에서 티베트기와 대만기를 흔들던 시위대가 오성홍기를 흔드는 중국청년들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세례를 받은 사건은 티베트를 여행, 웰빙, 명상, 신비주의 코드정도로 읽었던 우리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동시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한 1949년 이후 2,000년이 넘는 독자적 문화ㆍ언어적 전통을 갖고 있는 티베트인들이 겪은 고난의 현대사를 남의 일 보듯 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도 일깨워줬다.

이 책은 81년부터 중국의 왜곡된 티베트정책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있는 시민단체인 과학적불자협회(SBO)가 90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티베트의 종합인권보고서다. 이 단체의 활동가인 지은이는 이들 민족의 심정을 잘 드러내주는 예술작품으로 뭉크의 <비명> 이상의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그는 50년 이후 중국의 티베트 정책을 티베트 문화의 지속적인 압살을 목표로 한 강도높은 파괴행위로 규정한다.

중국당국은 반란세력이 나타나면 살인, 고문, 전면적인 전투로 대응했고 고색창연하던 수도원과 사원은 조직적으로 파괴했다. 있으나마나한 의료시설, 여성들에 대한 강제불임시술, 강제낙태, 신장이상을 가져오는 저급 술의 보급 등은 명백히 민족말살을 염두에 둔 행태라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문화혁명기에 저질러진 일"이라는 중국당국의 변명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문혁 이전인 50년대말 이미 동 티베트 룽파차지역의 수도원 6개중 5개가 허물어졌고, 최대도시 라싸는 당시 대부분의 남자들이 노동농장으로 이주한 '굶주리고 공포에 질린 여자들의 도시' 였다고 한다.

멸절돼가는 티베트인들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리포트인 이 책은 비등점을 향해 끓어가고 있는 중화민족주의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그것을 남 일 보듯 할 수 없는 것은 중국을 가운데 두고 서쪽 끝과 동쪽 끝에 위치한 티베트와 한반도는 그 역사의 질곡에서 동병상련을 느껴야 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역사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서남공정과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려는 동북공정이 겹쳐져 보이는 것은 역자만의 느낌은 아닐터다. 원제 'Tibet, the facts'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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