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로취 지음ㆍ권 루시안 옮김/파라북스 발행ㆍ396쪽ㆍ1만7,000원
인간의 성(性) 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또 있을까?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인간의 시신이 과학사에 기여하는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스티프> (2004)로 명성을 얻은 저자는 이번이 섹스라는 이율배반적인 소재에 파고든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스티프>
이른바 성 생리학자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연구사는 사람들의 편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학자들조차도 '변태라서 그래' '부적절한 흥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야'라는 색안경을 끼고 이들의 연구를 바라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같은 편견을 무시하며 '섹스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생물학적 현상'일 뿐이라며, 연구에 몰두한 책 속 주인공들의 집념은 집요했다. 성관계중인 남녀에 몇 센티미터 거리까지 머리를 바짝대고 관찰하고 때로는 자신의 자위행위까지 촬영했던 킨제이, 혼외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제자와 성관계를 하면서 상대방의 신체반응에 대한 수치를 측정하고 기록을 남긴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 왓슨, 성관계 동안 자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피스톤운동을 하는 페니스 카메라를 제작해 인공성교실험을 한 마스터스 등 이들의 호기심을 제어할 방법은 당최 없었다.
연구분야의 폭도 넓었다. 오르가슴은 과연 임신 가능성을 높여주는지. 오르가슴을 위해 성기삽입이 꼭 필요한지. 발기불능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등 누구나 관심이 있으나 쉽게 물어보지 못하는 궁금증들을 풀어줬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한 스트레스, 재정적 곤란 등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지은이는 이들 덕택에 인간이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더 행복한 곳으로 인도됐다고 결론내린다. '봉크'(BONK)는 부드러운 것이 부딪히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 속어로 '성행위'라는 의미도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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