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그랜트 해켓이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해켓은 초반 100m 동안 가장 앞에서 레이스를 이끌었다. 지난해 3월, 멜버른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결선에서 막판 50m를 견디지 못하고 박태환에게 허무한 역전을 허용했던 해켓이었다.
해켓은 초반부터 박태환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레이스 막판까지 절대로 앞으로 치고 나오지 않고 체력을 비축하는 박태환의 스타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세 번째 턴을 하는 순간, 전광판에 뜬 3번 레인 박태환의 이름 옆에는 선명히 ‘1’자가 새겨졌다. 불과 150m 지점, 박태환은 1분22초45로 가장 먼저 턴을 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박태환은 경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선두로 치고 나왔다.
첫 50m를 4위로 끊은 박태환은 50~100m 구간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 구간에서 8명 중 유일하게 27초대(27초83)를 기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박태환은 초반부터 승부를 걸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 그랜트 해켓(호주)이 박태환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4번 레인의 라슨 젠슨(미국)과 3번 레인의 장린(중국) 역시 페이스를 조절하며 박태환과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박태환의 이른 스퍼트에 모두가 놀랐고, 또 불안해 했다.
그러나 박태환은 250m 지점을 지나면서 2위 해켓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시작했다. 300m를 지날 때는 해켓을 거의 1초 가까이 따돌렸다. 해켓은 더 이상 박태환을 쫓지 못했다. 초반부터 전력을 다해 박태환의 지구력을 소진 시키자는 해켓의 전략은 오히려 박태환의 초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준 셈이 되고 말았다.
박태환의 지구력은 놀라웠다. 300m까지 6위에 그쳤던 장린이 막판 무서운 기세로 스퍼트를 올렸지만 이미 탄력을 받은 박태환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계적인 강호들이 총출동하는 올림픽에서 초반부터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그만큼 박태환은 독보적인 지구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박태환은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를 하더라도 상대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막판에 스퍼트를 내는 내 스타일을 이제는 다른 선수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전략을 짰다”고 설명했다.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은 “초반부터 치고 나가자는 작전이 맞아떨어졌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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