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대여 강경투쟁의 수위는 한참 높였지만, 수적 열세 때문에 정국을 주도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분간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선거도 없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다. 열세 속에서 야성(野性)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8일 폭염 속에서 거리로 나섰다.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 의결 때문이었다. 전날에는 천정배 방송장악음모분쇄대책위원장 등이 청와대를, 6일에는 박주선 최고위원 등이 검찰을 항의 방문했다. 정부여당의 잇단 강경 드라이브를 "5,6공 공안통치 시대로의 회귀"라고 비판하면서 행동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성과는 거의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KBS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가 하나씩 실현되고 있고, 이 대통령의 처사촌인 김옥희씨 공천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여전히 사기죄에 대한 추궁에 그치고 있다.
국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쇠고기국정조사특위나 가축법개정특위는 사실상 여론의 힘을 업고 쟁취해낸 것이지만, 정부의 비협조와 한나라당과의 정치공방 때문에 별 진전이 없다. 제1야당이라고는 하지만 81석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제3교섭단체의 등장으로 원구성 협상마저 한나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정부여당이 최근 들어 강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끌려다니기만 할 경우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기반마저 와해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소속 의원들의 성향만 놓고 보면 중도 또는 중도보수가 다수지만 이들이 정 대표의 중도개혁 노선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고위당직자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패배가 예견된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 파행에 대한 부담이야 있지만 온갖 국가기관을 동원한 과거회귀식 공안통치,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여당의 일방통행에 무릎을 꿇는다면 민주당은 존재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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