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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마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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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마취제

입력
2008.08.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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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방송마다 ‘올림픽 대표 방송’이라고 써 붙이고 있다. 논리적으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자면 ‘올림픽에 올인할 작정으로 있는 방송이니 웬만하면 우리 방송으로 금메달 따는 것 봐주세요’라는 말이겠다.

이렇게 공중파방송이 개막 한참 전부터 올림픽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나라에서, 걱정도 팔자시다. 실업자가 너무 많고, 영업이 너무 안돼고, 돈이 없어서 다른 유흥을 할 수 없고, 그래서 하릴없는 텔레비전 시청이 생활의 거의 전부가 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나라, 애 안 쓰셔도 올림픽기간 내내 리모컨이 닳도록 시청해줄 것이다.

그런데 2대8사회를 향해 질주하는 정부, 정치인, 경제권력자들도 텔레비전을 열심히 볼까. 역사에 흔히 있는 일이지만, 올림픽 같은 전국민(8에 해당하는) 몰입 축제 동안에, 그들(2에 해당하는)은 더욱 열심히 일한다. 서민들의 감시가 쇼비니즘으로 변해 온통 금메달과 감동의 인간 승리 드라마에 쏠려 있을 때, 그들은 하고 싶었으나 차마 못했던 일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듯 해치워버리곤 한다.

대통령부터가 걱정이다. 미국에서 잠깐 만나는 동안에도 화끈하게 주고 왔는데, 올림픽 개막 전후하여 너무 자주 만난다. 올림픽은 마취제, 깨어나면 뼈저리게 아플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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