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1시4분(한국시간) 중국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지난 3월 그리스 올림피아 신전을 떠나 5개 대륙, 21개국 13만7,000㎞를 달린 성화가 점화된 순간 화려한 폭죽과 함께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성화대에 불을 옮기며 4시간에 걸쳐 펼쳐진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한 주인공은 중국 ‘체조 왕자’ 리닝(李寧ㆍ45).
그는 중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운동선수로 1984년 LA올림픽 당시 금메달 3개를 포함 메달 6개를 따내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국내외 대회에서 총 106개의 금메달을 따낸 그의 기록은 아직까지 중국에서 깨지지 않고 있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는 못했지만 99년 국제체육기자협회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에도 포함됐다.
리닝은 일찌감치 유력한 성화 점화자 후보로 거론됐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야오밍(姚明)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110m 허들 금메달리스트인 류시앙(劉翔) 등과는 달리 이번 성화봉송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 또 소수민족 출신으로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념뿐만 아니라 그의 유연한 몸이 ‘천인합일’이라는 개막식 컨셉트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결국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다이빙 여왕’ 푸밍샤(伏明霞)와 ‘탁구 스타’ 차이전화(蔡振華) 전 대표팀 총감독 등을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현재 그는 199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스포츠 의류 회사를 설립한 뒤 나이키 등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는 중국 최고의 스포츠 의류 전문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최종 성화주자로 선택하는 이유가 중국의 초고속 경제 성장을 암묵적으로 상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림픽 초미의 관심사인 점화는 기나긴 성화봉송의 여정이 영상으로 꾸며진 전통 두루마리 족자 속에 펼쳐지는 가운데 리닝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후 가벼운 경공술로 메인 스타디움 지붕 내벽을 일주한 뒤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마치 무술영화를 보는 것처럼 굵은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에서 뛰어가는 깜짝 쇼를 펼치며 60억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
이날 성화는 ‘평화의 비둘기’ 퍼포먼스 이후 사격 선수 출신 쉬하이펑, 다이빙 선수 출신 가오민, 전 체조선수 리샤오슈앙, 전 역도 선수 잔쉬강, 전 배드민턴 선수 장쥔, 전 태권도 선수 천종, 전 배구선수 순진팡에 이어 최종적으로 리닝에게 전달돼 메인스타디움을 환하게 밝혔다.
반면 성화대의 모양은 성화봉의 모습을 본떠 독특하지는 않았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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