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안팎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비록 KBS 이사회 측의 이사 신변보호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1990년 4월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처음으로 KBS 본관에 경찰이 투입돼 KBS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유재천 이사장 등 6명의 이사가 오전 7시께 이사회 장소인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에 입장한 가운데 KBS 기자협회ㆍPD협회ㆍ경영협회 등 직능단체 회원들은 주변 복도에서 이사회 개최 저지를 위한 농성에 돌입해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오전 9시45분께 직원들은 한차례 이사회장 진입을 시도하다 청원경찰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사회 요청에 따라 경찰이 오전 9시50분과 10시15분 두 차례에 걸쳐 이사회장 주변에 투입되자 직원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경찰은 직원들을 밖으로 끌어냈고, 직원들은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격하게 저항했다. 오후 12시 40분께 이사회가 끝나고 이사들이 퇴장할 때까지 3층 회의장 주변에서는 이 같은 몸싸움이 계속됐다.
KBS측은 “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는 폭력적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며, 공영방송 KBS를 유린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언론자유 수호차원에서 관련 책임자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 사장의 퇴진을 촉구해온 KBS 노조도 이날 오후 공권력 투입 규탄 및 낙하산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집행부 15명 전원이 삭발했다.
이사회의 의결을 두고 KBS 직원들끼리 의견 충돌을 빚는 모습도 보였다. 오전 11시께 회의장 주변에서는 직원들이 “공영방송 지키기가 아니라 정연주 지키기” “경찰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일만 하느냐” 는 등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한편 KBS 본관 밖에서는 오전 9시께부터 ‘방송장악 저지 범국민행동’등 진보단체 소속 회원 300여명이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이사회 중단을 요구했다. 집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등 야당 의원 10여명이 참가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윤재웅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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