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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박태환 '울긴 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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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박태환 '울긴 왜 울어'

입력
2008.08.1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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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하면 연상되는 단어는 '눈물'이다. 인간한계를 넘는 지옥훈련과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던 2인자라는 설움을 떨쳐냈다는 감격에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얼굴에는 어김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안겨준 유도 남자 60㎏급 최민호(28)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9일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독종'으로 불리는 최민호마저 무릎을 꿇고 한동안 매트에 엎드려 흐느꼈다.

살인적 감량의 고통을 견디며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지 짐작케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예전 힘들게 훈련한 것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며 다시 한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박태환(19)은 달랐다. 중거리 자유형 황제로 등극하며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 감격의 눈물을 보일 만도 하지만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며 얼굴에 환한 웃음꽃만 피운 것.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그는 시상대에서도 여유롭게 싱글거리며 가슴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물론 경기에 대한 부담이 없었을 리가 없다. 박태환은 금메달을 딴 뒤 "어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오늘 정말 몸이 무거웠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대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생글거리는 미소를 4,800만 국민에게 선사했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수영 금메달은 안 된다는 편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스포츠 상식'도 보기 좋게 깨 버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은 둘째 치더라도 자신이 즐기고 싶은 것을 다하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그랜트 해켓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후 단숨에 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로 떠오른 뒤 이전의 국내 스포츠 스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CF나 TV 프로그램 등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심지어 또래 10대 연예인들과 스캔들이 나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금메달을 위해 모든 즐거운 것들과 단절하고 승리를 위해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슷한 길을 걸었던 다른 스타 선수들도 올림픽에서 큰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한 사례들도 있어 불안감은 커졌다.

그러나 박태환은 원하는 모든 것을 당당하게 즐기면서도 충실하게 자신의 길을 완성했다. 그의 금메달은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자신을 희생하던 이전 스포츠 세대와는 달리 즐길 줄 아는 새로운 스포츠 '신세대'들의 본격적인 등장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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