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베이징 2008/ 폭염 날린 승전보… 국민들 "살맛 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베이징 2008/ 폭염 날린 승전보… 국민들 "살맛 난다"

입력
2008.08.11 00:17
0 0

"대~한~민~국"

얼마만의 함성인가. 베이징에서 이틀 연속 날아든 태극 전사들의 낭보에 온 국민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 선수의 힘찬 역영, 묵은 체증을 한껏 날린 유도 최민호 선수의 '한판승 퍼레이드', 여자 양궁의 단체전 6연패 위업 달성, 또 한번 감동의 드라마 한편을 준비 중인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극적인 동점골….

이번에는 모두가 한 목소리였다. 고유가 등으로 인한 극도의 경기 침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 잇단 악재에 짓눌려 "살 맛이 나지 않는다"던 국민들은 모처럼 시름을 잊고 환호성을 올렸다.

10일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순간 국민은 열광했다. 일요일 오전인데도 서울 지역 TV 시청률이 무려 42.1%에 달했다. 금메달 소식을 전한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20분도 안돼 1,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박 선수의 미니홈피에는 하루 방문객이 이날 오후까지 50만명을 넘었다.

쪼들리는 서민경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남대문시장에서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공순성상회 대표 김인숙(55)씨는 "종업원 중 한 명은 감정에 북받쳐 울었다"며 "휴가철이어서 장사가 더 안 돼 속상했는데, 스트레스가 한방에 해소됐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도 "한 독일 관광객이 '한국이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며 축하해줘 덩달아 으쓱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40여명의 독도 경비대원들, 석달 동안 계속된 촛불집회로 몸과 마음이 지친 전의경들도 힘이 절로 났다.

독도 경비대장 강석경(40) 경위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한국인이라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선수가 다니는 단국대 죽전 캠퍼스에서 펼쳐진 응원전에서 학생, 교수, 인근 주민들은 모두가 한 마음이 됐다.

김남필 홍보팀장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교수, 학생, 동네 꼬마들이 모두 얼싸안았다"며 "박 선수의 경기가 더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응원전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파동 등 각종 현안마다 대립했던 사회단체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조계사에서 농성 중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김동규 팀장은 "TV로 직접 보진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낸다"고 했고, 뉴라이트전국연합 변철환 대변인은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무척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DMB 시청·승부내기 등 열기… 상점들 특수 준비

베이징 올림픽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가 온통 옮겨가고 있다. 개막 전 까지만 하더라도 여러 사회 이슈에 묻혔던 올림픽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180도 반전됐다.

촉매제는 단연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 낭보'다. 토요일과 일요일, 유도의 최민호 선수와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잇따라 금메달을 딴데 힘입어 본격적인 올림픽 모드로 전환한 양상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길거리와 커피 전문점 등에서 확인됐다. 휴대폰과 DMB 단말기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는 모습을 서울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뉴미디어의 발달로 지상파 및 위성 DMB을 통해서도 올림픽 시청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 A커피점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25.여)씨는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작은 화면이지만 DMB로 봤는데 색다르고 재미있었다"며 "앞으로도 올림픽 주요 경기를 시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결과를 미리 도마에 올리고 내기를 하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었다. 이날 오후 서울 신촌의 한 맥주집. 회사원 이모(34)씨는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딸 지 여부를 놓고 친구와 술값내기를 했는데 이겼다"고 활짝 웃었다.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만난 윤모(23)씨는 "점심때 친구들과 올림픽 얘기만 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밤 종로와 강남역 주변 등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주요 지역의 음식점에서는 한국과 이탈리아 축구 예선전 경기를 보면서 내기를 거는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주요 경기 시간을 미리 챙겨보거나, 시간을 친구들에게 서로 알려주는 것은 올림픽 매니아들의 필수 조건. 부산 D대생 이모(20)씨는 "축구와 야구 등 주요 경기 시간과 대진표를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점들도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릴 태세다. 경제난으로 올림픽 장사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초반부터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손님맞이 준비에 돌입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은 이날 '賻濱?축제'를 내걸었다.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손님에게 구이용 고기 1인분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다. 금메달이 나오면 공짜 맥주를 주겠다는 호프집도 있다. 일부 호프집은 흥행몰이를 위해 대형 TV를 배치하고 좌석수도 늘렸다.

서울 을지로 B호프집 사장 최모(53)씨는 "경기가 안 좋아 매상에 치명적이었는데,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과 축구경기로 예약 문의가 쇄도해 부랴부랴 대형TV 2대를 마련했다"며 "한국 선수들이 여러 종목에서 결승에 진출해 단체손님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김혜경기자 thank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