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콜만 지음ㆍ윤영삼 옮김/다산초당 발행ㆍ290쪽ㆍ1만2,000원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볼품이 없다. 게다가 가격까지 비싸다. 대형 할인 매장이나 고급 슈퍼마켓에서 특별 코너라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그 유기농 채소들 앞에 서성대는 주부들을 흔히 보게 된다. 친환경 농법, 까다로운 품질 관리 등 이들 상품이 내세우고 있는 비교 우위는 우리 시대의 악화되는 환경 문제, 건강 염려증 등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 준다.
“병 걸린 쇠고기 먹고 이 나이에 죽기는 너무 억울하다”며 울음보를 터뜨렸던 이 땅의 청소년들은 이제 어른들에게 공을 넘겼다. 미디어의 사실 보도, 건강 콤플렉스, 사법의 잣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빚어낸 이번 사건은 한국이 또 다른 위험 사회의 관문을 힘들게 넘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노벨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길러낸 화학자 제임스 콜만 스탠포드대 명예 교수는 ‘유기농=청정’이라는 상식을 뒤집는다. 그는 “자연에서 재배하거나 유기농으로 기른 식품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연에서 자란 식품도 독이 있다”고 말한다. ‘자연’이나 ‘천연’이라는 말이 반드시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의 독, 정확히는 모든 생물의 자기 보호 기제 때문이다.
UC버클리의 연구팀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취하는 음식에는 자연 발생한 살충제가 무수히 많으며, 늘 접하는 모든 식물성 식품에는 모두 천연 발암 물질이 들어 있음을 밝혔다. 64가지 식물이 저절로 분비하는 천연 살충제 35종이 발암 물질로 판명될 정도다. 음식물에는 대부분 발암 물질이 있다.
식물이 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외부의 독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을 받아도 도망칠 수 없는 식물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살충 성분을 만들어낸다. 제초제를 전혀 뿌리지 않고 ‘자연 농법’으로 키운 식물일수록 천연 독성이 강할 개연성이 크다. 자연이 안전과 동의어가 아닌 것은 그래서다.
퇴비를 사용해 키운 유기농식품이 자연비료를 쓸 때 동물의 배설물에 든 치명적인 세균들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농약 잔류물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여태껏 한 명도 보고된 적이 없지만 음식을 통한 세균 감염으로 죽는 사람은 질병통제센터에 매년 수백 명씩 보고되고 있다. 먹거리와 환경 문제가 특정인들의 정치적 이익과 불확실한 정보 혹은 선동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알자는 것이다. 더 이상 ‘자연(천연) = 안전’이 아닌 이유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계륵처럼 된 휴대폰의 예가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그는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진짜 위험에 비하면 전자파는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진짜 위험은 바로 운전하면서 통화하는 것”이라고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은 약물의 복잡한 화학 작용에 대해 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경우, 인간의 불행은 줄어들 것이라고도 한다. 발기 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불법 마약인 메스암페타민, 성 행위를 장기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포페로스 등 세 가지를 복용하고 목숨을 맞바꾼 헐리우드 나이트클럽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갈수록 낯설지 않다.
세균의 공포가 만연하게 된 데에는 세균의 대응력이 큰 몫을 차지한다. 즉 세균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변이를 거듭한 결과,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들이 등장한 1990년대의 사태는 좋은 예다. 당시 존재하던 모든 항체에 대해 내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진 황색 포도상구균 돌연변이 등 슈퍼 박테리아는 항존하는 잠재적 재앙이다.
저자는 과학적인 사실들과 일반의 상식 사이에 얼마나 많은 오해가 빚어지는지를 밝히는 웹사이트(www.naturallydangerous.com)를 운영,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가린, 황제 다이어트, 육회와 육포, 아스피린, 각종 마약, 비타민 등을 주제로 생활에서 접하는 과학의 원리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서술하는 책은 대중 과학 교양서의 전범을 제시하기도 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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