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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고소영YTN, 강부자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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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고소영YTN, 강부자KBS

입력
2008.08.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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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임기 후 상왕으로 군림하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거액을 뜯어 자신의 호를 딴 연구소를 만든 바 있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유수한 연구소로 변신한 이 연구소는 역대 정권들이 소장을 임명했는데, 그래도 정권이 바뀐다고 소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권력을 잡자 정치학자인 소장을 임기를 무시하고 내쫓으려 했고 꼬장꼬장한 선비형의 소장은 퇴진을 거부했다.

그러자 검찰은 그가 판공비로 학회 학술대회의 식사비를 낸 것 등을 횡령으로 몰고 갔고, 이에 그는 결국 사표를 내야 했다. 소위 개혁정부가 과거 정권보다 인사정책에서 후퇴를 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면서 김대중 정부의 원칙을 깬 인사전횡은 언젠가 무서운 보복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 원칙을 깬 인사는 앙갚음 초래

이명박 정부는 임기를 무시하고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기관장을 교체함으로써 이들 기관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특히 임기가 남은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압력 등 방송사 장악 노력은 무리수가 도를 넘어 애처롭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초기 내가 가졌던 우려가 역시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정 사장이 방만한 경영으로 KBS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고 인사 전횡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방만한 경영과 인사전횡이 해임사유가 된다면 감사원이 해임을 요구해야 하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재정경제부장관이 아닐까?

감사원에 묻고 싶다. 정 사장이 얼마나 인사전횡을 했는지 구체적인 사실은 알지 못하지만 '고소영'과 '강부자'로 상징되는 이 대통령의 인사전횡보다 더 했겠는가?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감사원이 정 사장에 대한 해임요구 결정을 내리기 바로 전날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에 따른 국정쇄신 인사로 물러난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줄줄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까지 외교 고위직에 임명함으로써 국민에게 또 한 번 충격을 주었다.

사실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된 KBS 사장을 감사원까지 동원해 몰아내고 자신의 선거참모 출신의 고소영, 강부자로 임명해 공영방송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것이야말로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인사 전횡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미 YTN의 경우 자신의 선거참모를 임명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방만한 경영에 따른 막대한 손실도 마찬가지다. 만일 그것이 해임사유가 된다면 잘못된 환율정책으로 우리 경제에 정 사장보다 수만 배의 손실을 입힌 강 장관이야 말로 감사원이 제일 먼저 해임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평소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의회 소속으로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권의 권력기구로 전락한 이번 결정을 보면서 이 같은 감사원의 위상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주목할 것은 이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처럼 무리수를 쓰는 이유이다. 이는 자신들은 잘하고 있는데 방송이 '좌파'에 장악되어 자신들의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소영YTN'과 '강부자KBS'를 통해 방송을 'MB방송'과 '방송 조중동'으로 만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 편향방송 더 심해지지 않을까

'정연주KBS'가 얼마나 공영방송다웠는가는 논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연주KBS는 편향방송이고 고소영YTN, 강부자KBS는 공영방송이라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몇 배 더 편향방송을 할 것이다.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생겨날 이 같은 시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방송위원, KBS이사 등의 추천권에 대해 정치권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줄이고 방송의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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