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올림픽보다 더 나은 예방주사가 어디 있을까요.”
8일 중국인 진(金ㆍ43)모씨는 “속히 올림픽이 끝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싶다”며 올림픽 준비 불편을 호소하면서도 올림픽이 가져올 효과를 강조했다.
중국인들에게 베이징 올림픽 준비 과정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동시에 세계적으로는 반중 캠페인의 시간이었다. 1월 중부 폭설, 5월 쓰촨(四川) 대지진 등 끔찍한 자연재해가 잇따라 강타했고, 3월에는 티베트 소요 사태로 인권 문제가 불거졌다. 베이징의 악명 높은 대기 오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해는 일찍이 없었다고 한다.
1949년 성립된 신 중국 체제의 취약점이 모조리 드러났고 국제적으로는 개막식 불참 캠페인, 인권공세 등을 통해 중국 때리기가 이어졌다. 올해만큼 중국 비판 뉴스가 세계 언론을 도배질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악재들을 차례로 극복하고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 티베트 비판 여론과 쓰촨 대지진은 애국적인 열정으로, 대기오염은 차량 2부제와 인공강우로, 인권문제는 완강한 버티기와 부분적 타협으로 적절히 관리했다. 올림픽 준비는 중국에게 혹독한 예방주사이자 보약인 셈이다.
그래서 7년간 준비해온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을 올림픽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눌 것이다. 견디기 어려운 ‘위기관리 고사’를 치른 중국의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변화할 것이고 세계는 더 잘 중국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물론 숙제도 많다. 올림픽 준비는 ‘글로벌 표준’도입의 과정이었다. 인권, 환경 여러 분야에서 베이징은 표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세계도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만 긍정적인 징후는 많다. 최근 신화통신은 “외부의 비판이 우리에게 약이 된다”는 요지의 논평을 내보냈다. 이제 비판을 수용할 만큼 중국이 성숙돼 가고 있는 신호이다.
베이징 시민들은 이날 모든 준비를 마친 홀가분한 심정으로 마음껏 개막식 축제를 즐겼다. 개혁 개방이 시작된 지 꼭 30년 만에 열린 올림픽은 30년간 고생한 중국인들의 어깨를 주물러 줄 것이다. 아편전쟁 후 100년간 침탈을 받았던 쓰라린 역사를 딛고 일어선 중국이 100년의 꿈, 올림픽 개최를 통해 무한한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과거 한 세기 동안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어떤 새로운 길을 열어갈지는 온전히 중국인들의 몫이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개방과 세계화를 체득한 중국은 세련되고 인류 보편적인 발전 전략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날 밤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에서 울려 퍼진 9만 중국인들의 함성은 이러한 새 길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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