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권 문제가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한 켠을 달구고 있다. 올림픽을 중국 인권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서구 및 인권그룹과 중국 정부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수단정부의 다르푸르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육상선수 로페스 로몽이 미국 국기를 들고 입장한 것은 중국 인권 문제제기의 한 방식이었다. 로몽은 중국이 다르푸르 학살을 주도한 수단 정부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비난해 온 국제인권단체 ‘팀 다르푸르’의 회원이다. 중국 정부는 전날 팀 다르푸르의 창립자인 조이 칙의 중국 입국을 거부할 만큼 이 단체를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있다.
베이징 인근 감옥에 수감중인 중국 대표적 반체제인사 헤데푸(何德普)가 자크 로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도 이날 공개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헤데푸는 공개서한에서 “로게 위원장은 베이징을 방문할 때마다 웅장한 올림픽 시설에 대한 찬사만 늘어놓는데 그곳에서 불과 10㎞ 떨어진 감옥에 수감된 민주화 인사들이 얼마나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우리는 중국인권 상황의 획기적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기본적 인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도 예사롭지 않다. 7일 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한 미국 기단은 중국측이 입국 심사를 이유로 3시간 가량 비행기 안에 묶어두자 기사를 기내에서 작성해 보내느라 난리를 치렀다.
미국 기자들은 예정에 없던 까다로운 입국 심사가 전날 태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미국은 인권운동가와 종교 지도자들을 중국 정부가 탄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굳건히 하고 있다”며 서구의 중국인권 문제 비난에 동참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베이징에 도착한 후에는 미국대사관 신축기념식에서 행한 연설에서는 미ㆍ중 양국간의 유대관계에 대한 찬사만 늘어놓아 인권 운동가들을 실망시켰다.
8일 뉴욕타임스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트 워치’의 아시아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부시 정부는 중국 인권 개선과 관련해 말만 무성할 뿐 행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비꼬았다.
뉴욕 타임스는 다른 기사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1988년 서울올림픽 때처럼 권위주의 정권을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했지만, 서구의 비판이 오히려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단기적으로는 공산주의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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