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굼브레히트 지음ㆍ한창호 옮김/돌베게 발행ㆍ296쪽ㆍ1만4,000원
자본에 침식되거나, 욕망 또는 폭력으로 얼룩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4년마다 한 번씩 지구는 완전한 회복을 꿈꾼다. 올림픽은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는 인디언의 축제, 포틀라치다.
미국 스탠퍼드대 문학부 한스 굼브레히트 교수는 종목을 가리지 않는 스포츠광이다. 그는 스포츠라는 독특한 인간 활동이 지니는 매력을 미학적, 철학적, 사회문화적, 역사적으로 규명한다. 초고속도 촬영으로 포착된 운동 선수의 땀방울과 그에 대한 열광의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찬양할 수밖에 없는가?”
이 책의 관심은 스포츠의 미학에 집중돼 있다. 저자는 “스트레스, 공격성, 중독성 등 온갖 부정적인 면을 조장할 수 있다”며 스포츠의 역기능을 인정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보다 앞서 “스포츠가 누리는 광범위한 인기와 미적 호소력은 연대의 가장 강력하고 대중적인 미적 체험”이라며 스포츠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선수의 폭발적 묘기에 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는 미학적으로 지당한 반응이다. 그는 이 찰나에 대해 "어떤 신체가 예기치 않게 공간에 등장하고 재빨리, 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아름다운 형태를 띠는 것은 일종의 에피파니(epiphany)로 간주돼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운동 경기를 관전할 때 느끼는 환희의 원천이며 관람자의 미적 반응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에피파니란 진리가 순간적이고도 강렬하게 현현(顯現)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스포츠란 찰나의 진실이다.
사람들을 비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미적 호소력은 선수들의 육체가 갖는 근본적 힘이다. 스케이트 선수들의 우아한 질주, 잘 발달한 근육에서 나오는 폭발적 힘, 곧 짓눌려 버릴 것 같은 압력에 승리를 거두는 역기 선수 등은 완벽한 찰나를 만들어 낸다. 책은 "그들의 육체와 다리는 뇌가 보내는 지시 사항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어떤 좀 더 지고한 모습, 아니 어쩌면 어떤 수학적 공식의 명령을 받는 듯 하다"며 건강한 육체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황홀경 도는 매혹의 속내를 밝힌다.
그것은 스포츠 경기만이 줄 수 있는 가치다. 조각한 듯한 육체, 죽음에 직면한 고통, 우아함, 형식미, 선수들의 경기 장면, 절묘한 타이밍 등 스포츠를 보며 번번이 확인하는,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 가치다.
이 책은 스포츠란 렌즈를 관통한 인문학 책이기도 하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 이나 브루크하르트의 <그리스 문화사> 등 인류의 걸작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주제의 책에 어떤 식으로 언급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독특한 즐거움이다. 스포츠 예찬 외에도 스포츠사를 장식했던 명장면들과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올림픽의 뒷이야기, 예를 들어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최초의 주요 스포츠 행사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었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보너스로 들려준다. 그리스> 판단력>
장병욱 기자 aj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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