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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민생고 한계점/ "사는게 고통"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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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민생고 한계점/ "사는게 고통" 아우성

입력
2008.08.0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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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푹푹 찌는 여름은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서울 도심을 오가는 서민들에게 지난달 말부터 7일 사이 올 여름 '삶의 질'을 물었다. 대다수는 "줄이고 아껴보지만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시장: 곳곳에 내걸린 폐업 간판

남대문시장에는 요즘 '폐업' '가게정리' 등 간판을 내건 점포들이 부쩍 늘었다. 그만큼 손님이 줄었기 때문. 시장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상인들의 푸념이 빗발쳤다. "요즘은 장사가 개시도 안 된다. 외국사람, 한국사람 할 것 없이 아예 손님이 없다"(사설 환전상) "작년 이맘 때에 비해 반도 안 팔린다. 하루 손님 30명이 전부다"(등산복 판매점 김모씨). 여성용 잡화를 파는 최모(74)씨는 "여기서 장사한 지 5년 만에 올해가 최악"이라며 "1만2,000원에 들여온 슬리퍼를 연초엔 1만5,000원 받았는데 요새는 하도 장사가 안돼 1만원에 팔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 푼이라도 싼 물건을 찾아 '원정' 오는 손님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일산에서 버스를 타고 나온 서자영(57)씨는 옷, 신발, 마른반찬 등을 샀다. 서씨는 "동네 마트보다 1,000~2,000원 싸서 교통비를 감안해도 남기 때문에 자주 오는 편"이라고 했다. 안양에서 왔다는 강순연(50)씨는 "전에는 옷을 백화점에서 샀는데 생활비 부담이 늘어 옷이라도 시장에서 사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최대 불만은 물가였다. 최모(58)씨는 "간장만 해도 3,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는데 콩 원가가 그만큼 올랐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상희(41)씨는 "애들 과자도 중량이 줄어 예전 1개 살 걸 요즘은 2개를 사야 한다"며 "동네 마트에는 저녁 폐장 시간에 맞춰 떨이 세일을 할 때만 주로 간다"고 말했다. 최근 기름값 부담에 차를 처분했다는 김경숙(53)씨는 "휴대폰 요금을 아끼려고 얼마 전 가족 요금제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음식점: 종업원도 줄인다.

촛불시위로 영업에 된서리를 맞았던 서울 시청 부근 음식점들의 장사는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장국집 주인 이모씨는 "5,6월 평소의 3분의1까지 줄었던 매출이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저녁 서빙 인원을 7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며 "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비 뿐"이라고 푸념했다.

M 삼겹살집 주인은 이달 중으로 가게를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돼지고기 값이 너무 올라 손님이 아예 없다"며 "점심때 100그릇은 팔아야 본전인데 오늘도 고작 20그릇 팔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M 낙지전문점도 요즘 매출이 20%가량 줄었다. 박모 사장은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거의 없다"며 고정월급을 주는 직원 대신 시간제 파출부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업주들은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워낙 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H 참치 전문점 사장은 "지난달 세트메뉴 가격을 1,000원 올렸는데 손님이 뚝 떨어져 주말에는 거의 문만 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J 뚝배기집 정모 사장은 "재료값이 크게 올랐는데 몇 년째 유지중인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어 고민"이라고 귀띔했다.

◆택시기사: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

유가 인상의 직격탄을 맞기로는 택시기사를 빼 놓을 수 없다. 광화문 인근의 K호텔 앞. 평소 같으면 각자 택시 안에서 손님을 기다려야 할 기사들이 아예 택시를 줄지어 붙여놓고 담소에 열중이다. 정만선(67)씨는 "어차피 손님도 없고 해서 요즘은 늘상 이렇게 모여 대화를 나눈다"고 전했다.

최대 불만은 연료비 폭등. 서상채씨는 "올 초에는 하루 평균 20명을 태웠는데 요즘은 10명 수준으로 수입이 20%이상 줄었다"며 "15만원을 벌면 5만원 이상은 기름값"이라고 푸념했다. 양병헌(60)씨는 "인천공항 왕복하는데 가스 값만 2만원이 든다"며 "외환위기 때는 그나마 LPG 값이라도 싸서 지금보다 나았다"고 했다. 20년 경력의 이부(56)씨는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급제동ㆍ급출발을 줄이고 손님이 없을 때는 에어컨도 끈다"고 절약법을 소개했다.

요즘 택시기사들은 연료비가 싼 천연가스(CNG)로 개조에 관심이 많다. 정씨는 "주로 모범택시들이 CNG로 개조한다는 말이 있는데 휘발유 차를 사서 개조해야 하고 고장도 잦다는 얘기가 많아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관광객 상대 점포: 일본인들마저 짠돌이

물가 상승은 주로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큰 타격이다. 관광객들이 더 이상 한국 제품을 싸다고 여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관광 가이드 김모(50)씨는 "일본 관광객들이 '요즘은 일본 물가가 더 싸서 한국 물건을 잘 안 산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물가 인상에다 최근에는 원ㆍ엔 환율까?많이 떨어져서 실제 작년보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상인들은 울상이다. 명동 밀리오레 상가에서 벨트를 파는 유영신(39)씨는 "전에는 2만원짜리 벨트를 선물로 사가던 일본인들이 요즘은 '다까이'(비싸다는 뜻의 일본말)를 되뇌며 1,000원짜리 화장품 케이스를 산다"고 말했다. 액세서리점 주인은 "요즘은 일본 사람들도 중국인처럼 가격을 반씩 깎아달라고 우긴다"며 "독도 문제가 터진후 일본 손님은 더 줄었다"고 했다. 남대문 B 수입상가에서 여성복을 파는 김모(50)씨는 "상가 전체가 작년 9월부터 분양을 시작했는데 아직 절반 밖에 안 찼다"며 "일본 손님들도 눈에 띄게 줄어 작년보다 더 장사가 안 되는 탓에 임대료도 두달 치나 밀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원샵: 북적이는 발길.

불황에 붐비는 곳이 바로 1,000원짜리 저가품만 파는 '천원샵'이다. D 천원샵 남대문점 박인희(38) 사장은 "4월부터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주로 세탁망, 행주, 수세미, 세제 따위의 일상 소모품이 많이 팔린다. 1㎏짜리 세탁세제는 일반 마트보다 훨씬 싼 2,000원. 박 사장은 "가끔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와 '한국적인' 상품을 찾기도 할 정도"라고 전했다.

서초동에서 정리 수납용품과 인테리어 용품을 사러 일부러 나왔다는 위정례(36)씨는 "6명 식구의 먹거리 비용이 너무 늘어 일주일 전부터 천원샵을 이용중"이라고 말했다. 꽃가게를 운영하는 김혜영(28)씨는 가게에 필요한 소품이나 주방용품을 주로 천원샵에서 조달한다고 했다. 용산구에 사는 박주영(27)씨는 "한 달 전부터 천원샵을 자주 들르고 있다"며 "천원샵 물건도 예전보다 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치켜세웠다.

홍기헌 인턴기자(광운대 행정학과 졸)

김미연 인턴기자(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3년)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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