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hawk)가 매를 들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7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이성태 총재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매파'로 꼽히는 이 총재가 다소의 경기희생을 감수하며, 결국은 중앙은행 존재이유(인플레억제)를 확인시키는 '꼿꼿 성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도 금리를 동결한 마당에 과연 지금 같은 경기침체상황에서 아무리 한은이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며 동결쪽에 무게를 뒀던 정부나 시장쪽에선 당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더 올릴 수 있을까.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당분간 동결하고 연말까지 물가 움직임을 더 지켜볼 것으로 짐작했는데 한은이 시장에 물가 상승을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평했다.
관심은 앞으로다. 이날 이 총재가 "유가 100~120달러도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한은이 7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소비자물가를 평균 5.2%로 봤는데 그보다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등 강경발언을 쏟아내자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도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반응은 '추가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쪽이다. 오문석 실장은 "물가가 유가에 달렸는데 최근 하락으로 극심한 인플레 가능성은 줄었다고 본다"면서 "금리인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것 같고 이렇게 되면 내년 초쯤 오히려 금리를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금리인상은 일회적이며 내년초엔 오히려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국고채 금리는 크게 하락했는데, 이는 향후 금리인상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민ㆍ중기 고통 가중될 듯
문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과 개인의 부담과, 이로 인한 경기위축 가능성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지난달 24일 이후 2주일새 0.36%포인트나 급등했는데, 늦어도 두 달 반 안에 실제 대출금리로 전가될 전망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1억원 주택담보대출을 쓰고 있는 개인은 연 25만원의 추가금리부담을 안게 됐다.
원가상승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더욱 어렵게 됐다. 특히 자금난에 허닥이는 중소건설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한 은행관계자는 "연체율도 최근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건전성 심사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며 "중소기업들로선 어떤 형태로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록 0.25%포인트 금리가 '경기파괴적 수준'은 아니지만, 내수침체에 악재 임엔 틀림없다.
때문에 이번 금리인상이 과연 적정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으로서 당연한 결정이란 견해가 많지만, 일각에선 "꼭 올려야 했다면 지난 달이 적기였다. 유가가 소폭이나마 하향세를 보이고 경기 둔화폭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 것은 한 타이밍 늦은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HSBC는 이날 보고서에서 "가계와 중소기업이 이번 금리인상으로 채무부담이 커져 경제활동을 하는 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한은의 금리인상에 대해 탐탐치 않은 분위기를 나타냈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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