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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올림픽'… 정상들도 국익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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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올림픽'… 정상들도 국익위해 뛴다

입력
2008.08.0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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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은 스포츠 제전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올림픽에 걸맞게 역사상 가장 많은 정상이 몰려들면서 유엔 정상회의 못지않은 초대형 정상외교의 무대가 마련되고 있다.

7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는 각국 지도자의 전용기가 꼬리를 물고 내려 앉았다. 이날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50여명의 국가 정상급이 공항에 내렸다. 6일 이전에 도착한 20여명과 8일 도착하는 이명박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등 80여명의 정상이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본다.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이 모이다 보니 진풍경이 많다. 베이징 5성급 호텔 ‘차이나월드’에만 37개국 정상과 가족이 묵는다. 그래서 올림픽 선수촌과 비교해 ‘올림픽 정상촌’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호텔은 개인별 환영 문구 대신 ‘정상 여러분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25개국 정상이 개막식을 지켜봤었다.

부시 대통령은 웨스틴 호텔을, 후쿠다 총리는 일본 자본이 운영하는 창푸궁(長富宮)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일부 가난한 아프리카의 정상들은 베이징 시내 ‘러브호텔’급 숙소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팀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재무부 소속 경호 요원들이 한달 전부터 호텔 주변과 동선을 샅샅이 훑고 있다. 러시아팀은 푸틴 총리를 위해 4중 경호를 펼치고,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막강 무술 실력을 자랑하는 경호팀 ‘신베트’의 경호를 받는다.

정상들의 활동에서 빠지지 않는 게 자국 선수 응원이다. 부시 대통령은 자국 농구팀 경기를, 삼바축구의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축구팀의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이 7일 베이징 도착에 앞서 태국 방콕에서 “우리는 중국의 종교 자유와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언론자유, 집회자유, 노동권을 외쳐왔다”며 중국 인권 문제를 건드렸지만 올림픽 정상외교는 기본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피하면서 국가간 우호와 정상간 우정을 쌓는 장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8일 개막식에 참석하는 모든 정상 내외를 초청한 오찬 행사는 정상들의 사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민대회당 대연회장에서 열리는 오찬에서 정상들은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갖는다. 오찬 시작 전 10여분간 정상들은 서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어 부시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조우 등 연출되기 힘든 장면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금메달 순위만큼이나 정상들의 우열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후 주석은 미국, 일본, 한국 등 일부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나머지 정상들은 몇 개 그룹으로 나눠 후 주석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푸틴 총리는 실세답게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푸틴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는 물론 후 주석과도 회담한다. 후쿠다 총리는 전용기가 아닌 자위대 소속 19인승 U4 다용도 지원기를 이용하는 외교 실리를 취했다. 자위대 항공기의 첫 중국 방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스타일을 가장 많이 구긴 정상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다. 4월 올림픽 성화 파리 봉송길의 반중 티베트 시위를 계기로 개막식 불참 캠페인의 선봉에 섰던 그는 슬그머니 입장을 바꿔 중국 국민과 인권단체 양측으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6일 베이징으로 떠나기 앞서 신화통신과의 회견에서 “올림픽 준비에 최선을 다한 중국은 올림픽 준비 금메달감”이라고 극찬했다. 엘리제궁도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달 중순 프랑스를 방문하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 국민의 노기를 달래는 데 주저하지 않아 명분보다 실리를 앞세우는 국제 외교 현실을 대변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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