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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꿈이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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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꿈이 없는 사회

입력
2008.08.08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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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국적의 중요성은 점점 더 낮아진다. 내일 개막되는 베이징 올림픽에도 국적을 바꾼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다. 우수선수를 귀화시켜 성적을 올리려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개인들의 욕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미국 농구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남녀가 각각 독일 러시아로 국적을 바꾸자 이런 것에 관대한 미국인들도 깜짝 놀랐다. 이들 중 러시아를 선택한 여자 선수는 "내 유니폼이 나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대표로 뛰지만 나는 미국을 사랑하는 100% 미국인이다"라는 말도 했다.

깨어진 올림픽 '순혈선수단'

올림픽 출전을 위해 조국도 버리는 경향 덕분에 배달민족 한국선수단의 순혈주의도 깨졌다. 내한 7년 만인 지난해 귀화에 성공한 중국 출신의 당예서는 이번에 중국을 꺾을 한국 여자탁구의 에이스로 출전한다. 그도 중국에서는 대표팀에 낄 수가 없자 한국을 선택했다.

들어오는 외국인이 있으면 나가는 한국인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남자 양궁 국가대표였던 김보람은 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적이 있으나 호주 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로 나섰다. 남자양궁의 김하늘도 호주양궁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호주 행을 선택했다. 작년에 일본 국적을 취득한 여자양궁의 엄혜랑은 일본대표로 선발됐다. 양궁의 경우 세계대회 입상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더 어려우니 코치나 선수로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늘어날 게 분명하다.

올림픽 헌장에는 '한 국가의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국적이 바뀔 경우 전 대회에 출전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해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한국선수들의 '조국 버리기'에는 너그럽지 못하다. 오는 사람은 환영하면서 가는 사람은 비난한다. 엄혜랑의 일본 귀화는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작용한 결과이지만, 그런 사정까지 다 이해해 주는 사람은 드물다.

그의 코치는 "혜랑이는 양궁을 하려고 일본에 온 게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살며 대학에 다니려다 보니 양궁을 다시 하게 된 것"이라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오늘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은 조국과 개인의 명예를 위해 땀 흘려온 사람들의 무대다.

한국선수단 267명의 명단을 종목별로 나열하고, '267개의 꿈이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올림픽'이라는 제목을 붙인 광고가 눈에 띈다. 꿈은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 광고의 주된 메시지다. 꿈이라면 아무래도 2002월드컵 때의 그 명구호 '꿈은 이루어진다'가 압권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는 중국인들의 거대한 꿈이 담겨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말한 것처럼 '중국인이 100년의 구상을 거쳐 마침내 개최하는 올림픽'이다. 세계의 중심에 복귀하려는 중화의 이상을 펼치게 된 중국인들의 꿈과 기대를 잘 알 수 있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의 개막식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유구하고 깊은 문명과 문화의 힘을 실감하게 하는 대단한 개막식이었다. 중국인들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봤을 것이다. 그리스문명에 필적하는, 아니 능가하는 황허문명의 힘을 전 세계를 향해 펼쳐 보이리라고 다짐했을 것이다. 오늘 밤의 개막식이 기대된다.

우리가 가꿔갈 꿈은 무언가

이미 20년 전에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우리로서는 선배의 입장에서 좀 느긋하게 베이징을 감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많은 갈등과 악재가 널려 있다 해도 어쨌든 중국은 뛰고 있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하면 한국은 이제 꿈이 없다. 나라에 꿈이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민족인지 알 수 없다. 꿈이 없는 사회라는, 초라하고 왜소한 느낌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꿈이 없으면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다.

선수들은 국적도 버릴 만큼 개인의 꿈을 좇고, 머잖아 완전 외국인처럼 보이는 한국 대표선수가 활약할 날이 올 만큼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는데, 우리에게 그런 사회를 이끌고 통합해 나갈 큰 꿈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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