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25일 콜로라도 덴버에서 개막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준비위원회 부의장은 워싱턴 로비업계 15위인 ‘브라운스타인 하야트 파버 슈렉’의 창립자인 스티브 파버이다. 부의장으로서 그의 역할은 4,100만달러에 달하는 전당대회 비용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는 이번주 내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다음달 1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역시 지난해 워싱턴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애킨 검프 스트라우스 하우어 & 펠드’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앤서니 포티가 대외관계 책임을 맡고 있다.
그의 구체적인 역할은 기업과 이익단체, 정치인들을 직급별 분야별로 세분화해 네트워킹을 구성하는 것. 이를 통해 전당대회 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처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정치행사의 꽃’이라는 각 당의 전당대회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는 거물급 로비스트만도 5명(공화당 3명, 민주당 2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모두 워싱턴의 낡은 로비 정치를 강력히 비판하는 입장을 취해왔고, 또 실제 선거 캠페인에서 로비스트의 역할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왔다는 점에서 로비스트와 전당대회의 ‘유착’은 미국 정치의 또 다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당대회의 준비위원회가 경선이 치러지기 이전에 이미 골격이 짜여졌기 때문에 오바마, 매케인 두 후보가 자신들의 선거 유세와 달리 전당대회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버 부의장이 준비위원회에서 일한 경력도 2년이 넘는다.
거물 로비스트들이 이처럼 막후에서 장기간 전당대회에 관여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아메리카 대학의 제임스 서버 교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투명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 이들이 워싱턴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중대한 일”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반면 로비스트 당사자들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과 로비스트로서의 업무는 전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덴버의 변호사 출신인 파버는 “행사 준비 기간 중 로비스트로서 접촉한 고객은 아무도 없다”며 “로비스트 자격도 지난달 일시 정지시킨 상태”라고 유착설을 부인했다. 공화당의 포티 역시 로비스트로서의 업무를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파버의 로비업체가 전당대회의 스폰서로서 전당대회 기간 중 매일 파티와 리셉션을 주관할 예정이고, 또 이 업체의 주요 고객업체인 컴퀘스트가 500만달러의 기부를 약속하는 등 전당대회와 로비업체의 공생관계는 이미 손 쓸 단계가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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