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을 비롯, 대다수의 대기업과 은행, 관공서 등이 몰려 있는 중구는 서울 중에서도 도심에 해당한다. 하지만 주변부 개발 등으로 공동화를 겪으면서 옛 빛깔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런 중구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해 도시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초고층 빌딩을 건립해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동일(사진) 중구청장은 "세계 도처에 퍼진 한류의 진원지가 바로 중구"라며 "충무로 영화인의 거리를 대학로, 홍대앞 이상의 명소로 만들어 중구를 서울 문화관광의 허브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산과 명동, 한옥마을, 청계천, 동대문 등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관광자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64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중 75%가 서울을 방문했고, 이 중 80%가 쇼핑, 식도락, 업무 등을 위해 중구를 다녀갔다.
구는 현재 국내외 단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청계광장∼시청광장∼덕수궁∼남산∼명동관광특구' 등 구내 명소를 연계한 다양한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세계 여느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도심 속 명산인 남산을 휴식공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산 리메이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행로 개선, 빛의 박물관 조성 등 굵직굵직한 사업 대부분이 서울시의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격상돼 추진되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성과에 힘 입어 지난해 10월에는 한국 영화 산업의 메카 충무로 일대서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처음 열려 32개국 144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매진 34회, 평균 좌석점유율 78%, 축제 참석인원 60만명 등 인기를 끌어 125억원(추정)의 경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밖에 공동화 된 중구의 인구를 늘리기 위한 관내 학교 명문화 프로젝트도 주목 받고 있다. 교육 여건이 인구 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 각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 25개 자치구 중 지난해 명문대 진학률 14위(자체조사)를 차지한 중구는 올해 7, 8위, 내년엔 5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 청장은 "직장과 가깝고 문화ㆍ편의 시설들이 집중돼 있는 중구의 가치가 갈수록 오르고 있다"면서 "소득 4만불 이상 되는 나라의 주요 도시들은 외곽보다 도심이 더 활성화 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울도 중구의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세운상가 초고층 재개발 '금융허브' 육성
중구는 여의도에 내준 '금융 도시'의 타이틀을 탈환해 '금융 중구'의 옛 명성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중구 명동지역은 한국은행이 자리한 것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근대 금융 발생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를 위해 중구는 세운상가 일대를 재개발하면서 초고층 빌딩을 지어 금융 허브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높이 90m로 제한된 빌딩들을 빼곡히 채우는 것보다 초고층 빌딩을 몇 동 세우는 것이 랜드마크 기능이나, 녹지공간 확보에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구의 이 같은 계획에 반대하던 서울시도 최근 "내년에 예정된 도시기본계획 및 발전계획 재정비 때 중구가 요청한 높이제한 완화를 적극 검토하고, 그 결과를 향후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혀 중구의 '금융 중구'계획 실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서울시는 그 동안 내사산(북악, 인왕, 남, 낙산) 경관 보호와 문화자원 보호를 위해 도심에 고층 빌딩 등장을 막아왔다.
정동일 청장은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중구가 금융의 중심지로 재도약 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면서 "한번 개발하면 200~300년 동안은 손 댈 수 없는 만큼 먼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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