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 연 5.25%로 책정했다. 불황을 예고하는 경기지표들이 잇따르는 시점에 이 같은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 금통위는 “높은 물가 상승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 소지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층적 영향이 제각각 다른 경기침체보다 모든 계층, 특히 서민층의 삶을 위협하는 물가를 잡는 것이 통화당국의 선결과제이자 본질적 임무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허를 찔린 정부와 시장은 당혹스런 표정을 짓지만, 금통위의 결정이 ‘난데없는 사건’은 아니다. 금통위 의장인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 악화와 물가 급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겠으나, 한은이 근본적으로 부여 받은 임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6%대까지 오른 물가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피력한 것이다.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금리인상 카드를 내놓을 경우 소비침체 가중 등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회복의 불씨마저 꺼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인데, 지금은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억제 순기능보다 경기찬물 역기능이 더 크다는 비판이 당연히 나온다. 엊그제 미국도 2%인 연방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우리나라만 왜 중뿔나게 금리를 올려 ‘9월 위기설’까지 나도는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느냐는 불평이다. 실제로 7월말 현재 중소기업과 가계의 은행대출 잔액이 각각 400조원과 380조원에 이르고 각종 생산ㆍ소비ㆍ심리 지수가 바닥을 쳐 금리 인상의 후폭풍을 점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혼란상황을 수습하는 첫 수순은 물가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담이 당분간 늘고 전반적 경제심리도 나빠지겠지만, 고통이 따르더라도 환부는 조기에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 법이다. 때마침 글로벌 물가 상승의 주요인인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도 최근 하락안정세로 접어들어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으로 연결될 여건도 한층 좋아졌다. 역설적으로 입지가 넓어진 정책당국의 경제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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