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학살 혐의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라도반 카라지치(63ㆍ사진)가 미국 측과의 비밀 계약에 따라 도피생활을 했다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라지치는 6일 올브라이트 전 장관,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주재 미 대사, 리처드 골드스톤 전 국제유고전범재판소 검사, 윌리엄 스튜에브너 전 미 특사 등 4명을 재판부에 증인으로 요청했다.
카라지치는 “홀브룩 전 대사가 모든 공직을 그만두고 잠적하면 전범재판소에 기소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해 비밀계약을 했다”며 “이에 따라 1996년 7월 정계에서 은퇴하고 잠적 생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카라지치는 또 “(비밀 협약에 따라) 스튜에브너 전 특사가 골드스톤 국제유고전범재판소 검사에게 나를 기소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었으나 골드스톤 검사가 사표를 낼 것이라고 맞서 기소를 관철했다”며 “골드스톤 설득에 실패하자 미국이 나를 제거하기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카라지치는 “잠적 생활 도중 몇 차례 암살 위기를 맞았으며 지금도 암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홀부룩 전 대사 등은 “완전 날조”라며 카라지치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은 카라지치의 ‘미국 끌어들이기’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이 보스니아 내전 전범재판소에서 사용한 수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보스니아 지역 폭격 명령을 내려 민간인을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증인으로 세울 것을 밀로셰비치가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었다”며 “카라지치가 국제유고전범재판소가 한시 기구라는 점을 이용해 시간 벌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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