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문제 - "北 '통미봉남' 전략 불용" 쐐기
부시 자국여론 의식 인권강조… 北核·남북관계 후폭풍 소지도
한미 양 정상은 6일 공동성명에서 "북한 내 인권상황 개선의 의미있는 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의견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한층 무게감 있는 공식 문서로 다룬 것은 처음이어서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특히 미국은 당초 공동성명에 실린 문구보다 강한 표현을 원했으나, 남북관계의 현실을 감안한 우리의 요구로 수위가 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 같은 자세는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인권 문제를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 진전에 집착, 북한 인권 문제에 소홀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겠다는 효과도 노린 측면이 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31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북미관계정상화 과정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시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 유감과 조의를 표명하고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촉구했다. 금강산 사건도 인권 문제와 한미공조의 연장선상에서 접근, 우리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향후 행보다. 미국의 인권 개선 촉구가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그 동안 인권 문제 거론을 '내정간섭이자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 강하게 반발해왔다. 때문에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되면 상당한 후유증이 예고된다.
대북관계에서 양 정상이 한미 공조와 6자회담의 유용성을 재확인한 것도 의미있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공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미국이 한반도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이 한 치의 빈틈도 없는 공조태세를 거듭 확인함으로써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허구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이어 공동성명에서 "북핵의 철저한 검증 체제가 수립돼야 하며 6자회담 틀 내의 모니터링 체제를 통해 모든 당사국들의 의무 이행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원칙이 6자회담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 것이다.
◇ 한미 동맹 - "질적 업그레이드 하자" 공감대
MB "전분야 동반자관계 격상"조… 부시, 군사 상호 호환성 강조
한미 정상이 6일 회담에서 의견을 모은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은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양국 동맹의 범위를 안보 협력에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분야까지 확대해 동맹의 폭과 질을 한층 끌어올리자는 것과, 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문제에 공동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양 정상은 이날 똑같이 한미동맹의 공고화와 질적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4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미 연합방위력을 강화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재배치에 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함으로써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변화의 방향에서는 양 정상의 무게 중심이 조금 다른 듯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사회 전 분야에서 국가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돼야 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한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양국 군 간의 상호 호환성을 제고하고, 분쟁 시기에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며, 미국도 옆에 있겠다"면서 세계적 문제의 공동 대처 쪽에 힘을 실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도 비슷하다. 또한 양 정상은 "파병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이 기여한 것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 만큼 한국의 군사적 지원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는 향후 문서 형태로 구체화할 21세기 한미동맹의 전면적 적용이 여의치 않음을 보여 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온 한미동맹 미래비전 채택이 불발된 것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국 관계의 공고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한국과 범세계적 문제에 우리 정부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미국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새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미래비전을 채택키로 한 것은 시간을 두고 이 같은 양국 간 이견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 포괄적 협력 - 민간 교류 활성화 등 구체적 청사진
연稚毓鐸ㅏ裡例苾?큰 기대… 실행까진 난관도
양 정상이 합의한 포괄적 협력 방안은 이명박 정부가 내건 한미 간 협력기조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변화 공동대처와 민간 교류 등을 통해 친구로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중층적 관계를 맺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양 정상이 기후변화를 우선적으로 거론한 것에서 이 같은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기후변화는 지난달 열린 주요8개국(G8) 회의에서 의제로 다룰 만큼 전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차가 상당하다. 한미 간 입장도 부딪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이 같은 지구적 사안을 놓고 의제 설정 단계에서부터 긴밀한 공조를 취하기로 한 것은 경제적 이득을 넘어 같은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이 특히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강조한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이 반세기 이상 지속됐지만 정부나 기업이 주도하다 보니 한미우호 관계의 저변이 약했기 때문이다. 최근 쇠고기 파동에서 드러나듯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신은 언제든 증폭될 수 있는 발화성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민간 교류 활성화는 근본적이 치유책이 될 수 있다.
특히 민간 교류 방안 가운데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WEST)은 한국 젊은이들의 취업난을 덜어 주는 것은 물론, 양국 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최초로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한국이 올해 안에 가입키로 한 미국 사증면제 프로그램(VWP)도 불필요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민간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이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하는 등 우주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시점에서 우주탐사 등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심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방안들이 단순히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양국이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양국의 입장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고 제도 개선 과정에서 저항세력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 FTA 비준 - 부시 "의회 설득 날 믿어달라"
쇠고기 파동·美대선 곳곳 암초… 임기내 해결에 회의적 시각도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양국 간의 항구적 버팀목"이라고 표현했다. 21세기 미래 지향적 한미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4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양 정상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한미 FTA의 체결 필요성을 강조했을 때보다 한층 절박감이 배어 있다.
양 정상은 4월 회담에서 FTA 비준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그동안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 회담 이후 한국에서는 쇠고기 파동으로 된서리를 맞아 국회 처리가 발이 묶였고,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의회에서의 논의가 지지 부진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백악관 조슈아 볼튼 비서실장이 자국의 의회를 상대하는 FTA 협의 파트너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도 그 중 하나다. 또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올해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크리스마스 휴가 때까지 3주일 간의 레임덕 세션에 FTA 문제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겠다"며 한미 FTA 통과를 위한 구체적 시한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의회와의 관계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나를 믿어달라(Trust Me)"고 장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임기 중 한미 FTA가 양국의 의회 비준을 통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미 FTA에 극구 반대하고 있는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선될 경우 한미 FTA는 물 건너갈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 보호주의가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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