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여정(和諧之旅)이 아니라 가시밭길 여정이었다.'
무게 1㎏.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된 높이 72㎝ 크기의 한 송이 불꽃이 4개월여 동안 13억 중국인들의 애간장을 녹아 내리게 했다. '화해의 여정'으로 명명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의 험난한 과정때문이었다.
3월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 된 성화가 130일간 5대륙 21개국 134개 도시를 지나 2만1,880명의 손을 거쳐 장장 13만7000㎞를 돌고 돌아 5일 베이징에 안착했다. 아테네 올림픽 때보다 5만9,000㎞를 더 달렸고 지구를 3.4바퀴나 돈 셈이다. 봉송 주자 중 최연소자는 14세, 최고령자는 94세.
올림픽을 통해 세계 문명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던 중국의 의도는 성화 채화 순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티베트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난입, 가시밭길 여정을 예고한 것.
첫 번째 기착지 런던을 간신히 빠져 나온 성화는 파리에서 티베트 독립주의자들로부터 습격을 당해 세 차례나 불꽃이 꺼지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파리에서 당초 예정된 봉송 코스를 절반가량 단축, 서둘러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가는 곳 마다 반중국 정서에 시달리던 성화는 17번째 기착지 서울에서는 엉뚱한 화풀이로 구설수에 올랐다. 4월27일 서울 시내 봉송에서 국내 인권단체와 중국 유학생 시위대 수 천명이 투석전과 몸싸움을 벌여 수 십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다음날 성화는 사상 처음으로 평양으로 달려갔다. 29일 베트남 호치민을 마지막으로 해외 봉송일정을 모두 소화한 성화는 5월4일 중국 국내 봉송에 들어갔다.
8일에는 성화봉송의 하이라이트,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성화는 그러나 5월12일 쓰촨(四川)성 대지진을 맞아 잠시 일정을 중단해야 했다.
중국 당국은 닷새 후 성화봉송을 재가동, 6월21일 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서도 불을 지피는 등 올림픽 붐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순탄한 여정을 거친 성화는 베이징 입성을 앞둔 지난 3~5일 쓰촨성 지진피해지역에서 가시밭길 여정의 마지막 가쁜 숨을 토해냈다.
베이징=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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