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학자 다수가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추진이 공영방송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언론학자들 다수는 정 사장 해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현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6일 언론학자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가 “정부의 정 사장 해임 추진이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감사원의 정 사장 해임 요구는 공영방송 KBS 바로 세우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정부ㆍ여당의 현실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는 조사 결과다.
■ 언론학자들 “공정성과 독립성에 악영향”
언론학자들은 감사원의 해임 요구 등을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개입으로 간주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연주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 방송의 독립성, 건전성, 공정성 확보라는 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비판하면서 이를 반복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뀌자마자 감사원이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해임 절차가 적법하다 할지라도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강진숙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 사장 해임 추진은) KBS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고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학자들은 “정 사장이 공정성을 해쳤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정 사장 해임 추진은 KBS의 공정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A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공영방송이 정파성을 띤 게 문제의 시작”이라며 “지금 체제를 놔두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임 추진 절차 부당” 의견도 다수
해임 추진 절차가 부당하다는 의견도 과반수였다. 설문조사 응답자 60%는 정부ㆍ여당이 주장하는 ‘감사원의 해임 요구→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 대통령의 해임’ 절차가 법적 타당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B교수는 “정부가 정치적 의도에 의해 법 규정을 해석하고 있다”며 “방송법이 아닌 감사원법에 의해 KBS 사장 임면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13.3%는 “경영 적자에 대해 사장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자본 구성상 정부 소유이므로 해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정부ㆍ여당 쪽에 손을 들어줬다. C교수는 “KBS는 공영방송이지만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며 “KBS는 소유와 운영을 분리해서는 안 되며 소유자인 국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7%는 “법 규정의 애매모호함” “법적 해석은 법을 전공한 사람의 몫”이라는 이유에서 해임 절차의 법적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또 응답자의 73%는 최근 구본홍 YTN 사장 선임과 정 사장 해임 추진 등이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공감을 나타냈다. D교수는 “어떤 정권이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있었다”면서도 “현 정부는 절차적으로 너무 무리를 한다는 데 큰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27%는 “KBS의 불공정한 보도가 불러일으킨 반작용” “일단 색깔로 포장하고 전개하는 논리”라며 언론장악 주장을 반박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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