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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베이징 올림픽에서 봐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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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베이징 올림픽에서 봐야 할 것

입력
2008.08.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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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와 평화의 제전. 요즘 많이 듣는 말이다. 올림픽 때문이다. 만약 올림픽이 진실로 우애와 평화의 제전이라면 삼엄한 경비체제는 불필요할 터인데, 지금 베이징의 거리와 경기장에는 물샐 틈 없는 경비시스템이 가동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베이징에서의 우애와 평화는 안전 요원들이 철통같이 지키는 구역 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될 듯싶다.

한 나라 안에서나 세계적 규모에서나 부의 편중과 미묘한 일상의 억압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오히려 더 가중되는 이 ‘세계화’의 시대에 올림픽만이 ‘우애와 평화’의 외딴 섬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슬로건도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중화주의’의 면모를 보여 주겠노라는 중국의 야심을 압축한 듯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올림픽을 외면해야 할까?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또한 그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선으로 올림픽을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2002한일 월드컵을 잠시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그때도 말들이 넘쳐 났다. ‘지구촌 축제’니 ‘하나되는 한국인’이니 하는 말들이 허공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그때 이후로 지구촌의 현황이나 한국인의 삶은 차고 넘쳤던 말들이 제시하는 방향으로 순항하지는 못했다.

원인은 그 환희와 열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를 성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환희와 열정의 핵심은 ‘축구’ 그 자체로부터 생성된 것이었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내장하고 있는 놀라운 단순성의 미학과 원시적인 열정의 미학으로부터 모든 사건이 시작된 것이었고, 그것이 연전연승의 파노라마가 되어 거리와 광장으로 넘쳐났던 것이다.

11년 전에 IMF 사태가 있었다. 이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조직은 결코 개인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진실이었다. 개인은 그 자신의 노력으로 이 정글의 사회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우리 사회는 ‘몸에 대한 근심과 처방’이라는 열기에 휩싸였다. 친환경,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하였고 헬스, 다이어트, 마라톤, 자전거 등이 큰 관심을 받았다. 이는 치명적인 환경재앙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재앙에 대비하기 위한 개인의 각성과 열망의 반영이었다.

그런데 2002 한일월드컵에 의하여, 그 열망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화두로 확장되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모두가 ‘이웃’이었던 것이다. 비록 유보된 꿈이 되기는 하였으나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공동체적인 열망을 그때 확인했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애와 평화’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이 역시 장외의 국가적인 행사와 기업의 이벤트, 그리고 미디어가 쉬지 않고 전송하는 베이징의 요란한 풍경들이 아니라, 경기 그 자체에 몰입함으로써 가능하게 될 것이다. 올림픽의 각 종목에는 인류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섬세한 규칙에 의해 녹아 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각 종목의 경기장에서 보여줄 높은 수준의 경기력과 귀한 땀방울에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할 다양성과, 함께 도모해야 할 진정한 평화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베이징에서 들려오는 온갖 허황된 말의 향연이 아니라, 각 종목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벌이는 아름다운 육체의 경연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그들이 흘리는 땀 한 방울에 인간적 삶을 위한 끝없는 노력과 열망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것을 사랑하자. 그것이야말로 바로 올림픽이 주는 환의와 열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윤수 문화ㆍ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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