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중 / 예담
1년치가 되도록 ‘오늘의 책’을 써오면서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를 제쳐놓고 있었다. 올해 그의 기일(2월 9일)이 마침 토요일이어서 ‘오늘의 책’이 신문에 실리지 않는 날이었던 터라 지나칠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실은 끝까지 그를 아껴두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하지만 책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빼놓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경이다.
그러던 차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라는 아주 불경스러운 제목의 책을 만났다. 푸슈킨 번역으로 2000년 한국일보 백상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던 석영중(49)이 쓴 책이라는데 우선 믿음이 갔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가 평생 돈 이야기만 하고 살다가 돈 때문에 싸우다 죽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읽어나가면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전부를 꿰뚫고 있지 않다면 결코 쓸 수 없었겠다 싶게, 그의 작품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시대상황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를 함께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하는 글을 보면서 감탄한다. 신선하고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돈’이라는 주제로 결정적으로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며, 고전을 다시 읽게 만드는 책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평생 돈 때문에 고생하면서 돈 때문에 글을 썼던 ‘속물’로,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가난의 심리학’을 속속들이 꿰뚫어볼 수 있었던 대작가로 그린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인간형은 이분될 수 있다고 말한 이가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존경이 각별했던 한국의 작가 이병주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등한히 하고도 문학을 운운할 수는 있겠지만, 그를 제외한 문학 논의는 아인슈타인을 빼고 물리학을 말하는 사정과 같을 것이다”라고 했었다. 톨스토이가 큰 산인 줄 알았는데, 조금 물러나서 보니 그 뒤에 아스라하게 뻗어있는 거대한 산맥은 도스토예프스키였다고 한 사람은 앙드레 지드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는 그 산맥을 탐사할 수 있게 하는 훌륭한 나침반이다. 도스토예프스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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