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휴가철이라 예약이 꽉 차야 하는데, 지난해의 절반 수준밖에 안됩니다. 개원 10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서울 강남구 K성형외과 김모 원장)
"휴가 때 벌어진 앞니 교정을 하려다 수백 만원이 든다는 말에 포기했어요. 요즘 같은 불황기에 급하지도 않은 치아 치료를 위해 그만한 돈을 쓸 수 있나요."(직장인 이모씨)
해마다 여름이면 외모를 세련되게 가꾸려는 여대생과 20대 직장 여성들로 북적이며 특수를 누리던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병원 등이 올해는 불황과 물가 폭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때아닌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 악화로 서울 시내 주요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인 일반 병원의 올 상반기 청구액이 전년 대비 7% 가량 늘어난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요컨대 주머니가 얇아진 서민들이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건 줄이지 못해도, 당장 급하지 않은 성형이나 피부관리 지출은 크게 줄이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구 J피부과 J원장은 "올 초부터 환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성수기인 7, 8월에도 계속돼 병원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강남구 R성형외과 J원장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쌍꺼풀이나 보톡스 시술을 원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R성형외과는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었고, 예약 건수도 30%나 감소했다.
연예인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유명한 강남구 G성형외과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병원의 6월 매출은 지난해의 70% 정도에 그쳤다. 이 병원 K원장은 "병원 유명세 때문에 단골 고객이 많은 편인데도,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와 안과를 찾는 환자들 수도 크게 줄었다. 조금 불편해도 일단 참고 버텨보자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안과 원장은 "개원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데, 국내 최고 권위의 A안과가 지난달 적자를 냈을 정도로 안과 병원들이 요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치료보다는 시력 교정술에 초점을 맞춘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급감에 따라 폐원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플란트 시술 전문인 서울 양천구 K치과 P원장도 "여름방학을 맞아 치아교정, 임플란트를 하러 오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방학 전보다 더 한산하다"면서 "지난해 보다 전체 환자가 30% 이상 감소한데다, 치아교정 같은 고가의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숨 지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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