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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쇄시대 '납활자의 추억'/ 시월출판사 1000부 한정'手製' 시집 시리즈 첫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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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쇄시대 '납활자의 추억'/ 시월출판사 1000부 한정'手製' 시집 시리즈 첫 선

입력
2008.08.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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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하고 빠른 디지털 인쇄의 시대에, 사라져버린 납활자로 인쇄한 수제(手製) 시집 시리즈가 선보였다.

시월출판사는 5일 활판인쇄본 시집 시리즈 '활판공간 시인 100선'의 첫 두 권을 내놨다. 이근배 시인의 자선(自選) 시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와 김종해 시인의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이다. 두 시인은 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1,000부씩 한정판으로 발간될 이 시리즈는 앞으로 10년 동안 100권 출간이 목표로, 연내에 정진규 허영자 오세영 시인의 시집이 나올 예정이다. 납활자로 인쇄했을 뿐아니라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고급 한지를 사용했다. 가격은 권당 5만원.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출판선진국에서는 활판인쇄가 하나의 새로운 출판 장르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 을 펴낸 우리나라는 1980년대말부터 90년대 초 사이 디지털 인쇄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활판인쇄의 명맥이 끊겼다.

박건한(66) 활판공방 편집주간, 정병규(62) 정디자인 대표, 박한수(40) 시월출판사 대표 등은 이런 상황에서 사라진 활판인쇄의 추억을 곱씹다 90년대말부터 의기투합해 전국을 누비며 주조기, 활판인쇄기와 교정기, 사진식자기 등을 사모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파주출판단지 안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납활자 인쇄공정으로 책을 찍어내는 인쇄공장 '활판공방'의 문을 열었고,. 이번 시리즈는 이 인쇄공장의 첫 작품이다.

박한수 대표는 "은퇴한 문선공, 주조공 등 활판인쇄 기술자를 찾는 일도 어려웠고, 상업적 측면에서는 전혀 기대할 것이 없었지만 한국의 문화이자 자료로서 활자가 지닌 가치를 알리기 위해 이 시리즈를 냈다"고 말했다.

이근배 시인은 "이 작업은 우리의 중요한 역사ㆍ문화적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숨쉬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가까운 고향 같이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활자인쇄의 가치에 대한 출판인과 독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 내 시월출판사 전시장에서는 이근배, 김종해 시인이 소장하고 있는 활판인쇄본 시집 300점의 전시회도 열린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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