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퇴직해 예금 3억원의 이자로 생활하는 서모(60)씨는 최근 자동차를 중고시장에 내놓았다. 월 150만원 정도인 이자는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올 들어 물가 인상으로 갈수록 생활비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서씨는 "상담을 받아봐도 요새는 다른 투자처도 없다고 한다"며 "당분간은 더 줄이고 아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가 물가상승분에 못 미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단기간에 물가가 워낙 빠르게 올랐기 때문인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움츠러든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최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중은행에서 새로 취급한 정기 예ㆍ적금 등의 저축성수신상품 평균금리는 연 5.5%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5.5%)과 같았다. 이자율과 물가상승률이 같다는 것은 이자를 받아봐야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실제 이득은 없다는 의미. 평균금리와 물가상승률이 같아진 것은 2005년1월 이후 41개월 만이다.
2000년대 들어 이자 평균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때는 2003년3월, 2004년7~9월, 2004년10월 등 6달뿐이었는데 2003~2005년에는 대부분 금리가 낮아져서 일어난 현상인데 반해, 올해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이 원인이 됐다.
엄밀한 의미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접어든 것은 사실 지난 5월부터다. 일부 비과세 상품을 뺀 대부분의 예ㆍ적금은 이자의 15.4%를 이자소득세와 주민세 등 세금으로 떼기 때문에 손에 쥐는 이자는 실제 금리보다 더 적다. 세금까지 감안한 실질 이자율은 4월 연 4.61%로 물가상승률(4.1%)보다 높았으나 물가가 4.9% 치솟은 5월(연 4.56%) 들어 역전됐고 6월(연 4.65%)에는 물가와의 격차가 더 커졌다. 5월에 1억원을 평균금리로 정기예금에 맡긴 사람은 두달새 20만원 가까이(연 1% 차이=약 100만원)를 손해보고 있는 셈이다. 물가가 5.9%까지 오른 7월에도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큰 변화가 없어 실질금리는 더욱 낮아질 공산이 크다.
채권 등 시중금리에도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은 마찬가지여서 지표금리인 3년 만기국고채 유통수익률은 2분기 5.32%로 세금(15.4%)을 제외할 경우 연 4.5%를 나타냈다. 이는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4.8%에 미달하는 수치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곧바로 예금을 빼서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며 "기대 소득이 줄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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