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염려하던 외국인의 올림픽 반중국 시위가 6일 처음 일어났다.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이날 오전 5시 47분 미국인 2명, 영국인 2명 등 4명의 시위자들은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부근 베이천(北辰)교에서 '티베트의 자유'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10여분 만에 중국 공안에 연행, 추방 명령을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이날 밤 중국을 떠났고, 나머지 2명은 7일 출국한다.
신화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전신주에 올라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 자유 티베트' '티베트에게 자유를'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티베트 깃발을 흔들었다.
시위대가 연행된 후 미국에 근거를 둔 '자유 티베트 학생회'가 언론을 통해 시위 사실과 시위 현장 사진을 공개한 점으로 미뤄 이들은 이 단체의 조직원이거나 지지자로 보인다. 이 단체의 간부 톈진 도리제는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에 집중된 상황에서 티베트의 자유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베이징에서 낼 수 밖에 없다"고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시위에 대해 쑨웨이더(孫偉德)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 대변인은 "우리는 올림픽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며 "이번 시위는 불법이며 외국인도 중국에 온 이상 중국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베이징 시내 르탄(日壇)공원 등 3곳을 시위 전용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외 지역에서 하는 시위는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위자들은 합법 시위 구역을 택하지 않고 중국 당국이 삼엄하게 경계하는 올림픽 주경기장 인근을 택하는 충격 요법을 구사, 외국 인권단체의 고강도 시위를 예고했다.
이날 시위는 올림픽 기간 반중 시위의 빈도와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티베트 문제 뿐 아니라 수단 다르푸르 문제, 신장(新疆) 위구르 문제 등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이 복잡해 관련 단체들이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4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스(喀什ㆍ카슈가르)에서 발생한 테러로 티베트 및 신장 지역에서 중국 공안의 보안 활동이 강화되고 있어 관련 단체들이 베이징에서 시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외국인의 시위를 우려, 비자 심사 강화조치 등을 통해 시위 예상자를 나름대로 가려내는 한편 올림픽 기간 동안 입국하는 외국인의 규모를 줄여왔지만 이번 시위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만 외국 인권단체의 시위가 중국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월 올림픽 성화 봉송을 계기로 세계 각지에서 티베트 시위가 격화하자 중국 내 애국주의 정서가 급팽창했던 사례에서 보듯 인권 시위에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는 중국인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신호탄이 돼 시위의 봇물이 터진다면 중국 정부는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소수민족의 올림픽 방해 움직임과 외국인의 기습시위라는 두개 전선에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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