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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우리 모두 행복하게 저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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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우리 모두 행복하게 저항합시다

입력
2008.08.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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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우리 마음은 온통 독도로 가 있었습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령으로 가르치도록 교수 지침을 바꾸고,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련의 사태를 주시하면서 삼국의 대응 방식이 ‘양반’과 ‘사무라이’와 ‘건 맨’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양반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말라”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죽기로 저항하다가 이내 평상으로 되돌아가고, 사무라이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이기려만 하고, 건 맨은 규칙만 지키면 약자를 살해하고도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 상상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삼국의 얽힌 역사를 말씀 드리는 겁니다. 임진왜란만 해도 그렇습니다. 몇 년 전부터 눈치를 채고, 통신사까지 파견해서 확인하고도 ‘설마 섬나라 오랑캐가…’라며 우리 식으로 생각하다가 일어난 전쟁입니다. 좁은 섬 안에 인구는 바글대고, 중국과 조선은 교역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넓은 땅을 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무라이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지요.

미국이 건 맨식이라는 건 6ㆍ25나 이번 일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을 ‘애치슨 방위선(Acheson line)’에서 제외했다가 5개월 13일 만에 6ㆍ25가 터지자 군대를 파견한 것이나, 이번 일을 며칠 만에 원상으로 되돌린 것도 그렇습니다. 한국을 공산권에 넘기는 것이나,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반미 감정을 고조시켜 좋을 게 없다는 판단과, 규칙을 지키면서 총을 빨리 뽑으면 부끄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 함께 작용한 것입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지금 우리 국민과 정부는 차분하게 상대를 연구하면서 대응 방법을 찾지 않고 너무 흥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는 주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떠들어야 인정해 줄 나라도 없고, 인정해도 차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인구도 남한 세배 가까운 1억 3,000여만 명인 데다가, 경제도 미국 다음이니, 누가 우리 편을 들고, 어떻게 되뺏겠습니까?

미국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촛불을 흔들기보다는 독도에 대한 인터넷 검색어를 바로잡은 미국과 캐나다 교민들처럼 전 국민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지 말자고 메일을 보내서 한 근이라도 덜 팔리게 하는 게 우리 축산 농가를 보호하는 일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분쟁지역처럼 바꾼 것도 촛불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라더군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총을 뽑아드는 건 맨의 생리임을 염두에 둘 때 스쳐 지나갈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냥 잠잠히 있으라는 것 같아 슬프다구요? 아닙니다. 전 국민이 모두 꾸준히 나서야 합니다. 저 같은 문인이나 예술가들은 독도를 비롯해서 일제 36년 간의 역사를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작품으로 쓰고, 학자는 논문을 쓰고, 교민들은 번역을 돕고, 촛불을 흔들던 사람은 메일로 전달하고, 국정을 유기해온 국회의원과 헛발질만 한 외교통상부 사람들은 봉급으로 책을 내서 각국 도서관에 기증하는 방법도 좋을 겁니다. 자기 죄를 고백하기보다 감추려고 하고, 그래도 불편해서 합리화하는 행동을 막으려면 먼저 그들과 세계인들의 무의식을 평정해야 하기에 예로 든 것입니다.

가을이 옵니다. 행복하게 저항합시다.

尹石山 시인ㆍ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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