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8시7분 베이징의 중심인 쯔진청(紫金城) 우먼(五門)앞 광장.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가 올림픽 성화를 높이 들고 베이징에서 첫 봉송 테이프를 끊었다. 이날 올림픽 성화는 쫑산(中山)공원과 톈안먼(天安門)광장 등을 돈 후 오후 5시20분께 치녠디엔(祈年殿)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하지만 거리로 쏟아져 나온 베이징 시민중 불꽃이 일고 있는 성화를 두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은 드물었다. 양손에 올림픽 깃발을 들고 머리에도 'Beijing 2008'이란 띠를 두른 채 볼에 오성홍기(五星紅旗) 스티커를 붙인 시민들은 2중으로 둘러쳐진 '공안(公安) 라인'에 막혀 먼발치서 함성만 지를 뿐이었다.
베이징 현지 언론들이 교통통제 구간과 우회구간을 예고했지만 행인과 뒤엉킨 차량은 하루종일 거북이 걸음을 거듭했다. 이날은 미리 지정된 응원단과 공연단 등 베이징 시민 일부만이 성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이 '통제'와 '축소'로 얼룩지고 있다. '화해의 여정(和諧之旅)'으로 명명된 성화봉송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으나 성화는 이날 베이징 도심을 돌고 7,8일은 만리장성 등 외곽지역을 누비는 비상식적 코스를 택하고 있다.
중국내 100여개 지역을 순회한 성화는 베이징 외곽을 거쳐 도심으로 진입, 개막식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코스가 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오히려 반대 코스를 택한 것.
톈안먼 광장에서 만난 자오밍(趙明ㆍ24)씨는 "성화가 만리장성 등을 거쳐 베이징 시내로 들어온 후 개막식 당일인 8일 쯔진청과 톈안먼 광장 등 도심을 누비다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ㆍ새둥지) 로 들어갈 줄 알았다"며 "코스가 바뀐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성화가 채화된 후에도 티베트 사태에 따른 반(反) 중국 감정으로 봉송구간인 런던과 파리 등에서 반중시위가 벌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지면서 중국 국내 봉송과정이 통제와 축소로 방향을 틀게 됐기 때문이다.
올림픽 역사상 최장 기간인 130일간 21개 국가의 도시를 누빈 성화가 잦은 잡음을 빚으면서 성화 해외봉송은 폐지되고 개최국의 봉송일정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딕 파운드(Dick Pound) 위원은 "티베트 사태와 관련, 인권운동가들의 반중국 시위가 예상된 상황에서는 해외 성화봉송을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며 "위기는 명백했고 결과는 올림픽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마저 있었다"고 말했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도 5일 베이징에서 열린 IOC 총회 개막 연설에서 "IOC는 올림피아에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는 전통을 고수하겠지만 장래에는 성화봉송을 개최국 내부로 제한하는 방안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성화 봉송방식은 2012년 30회 런던대회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류화합의 대잔치인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이 티베트 독립과 인권신장 등 정치적 요인에 따른 테러위협과 폭력시위 등으로 '통제' 일색이 되면서 스포츠 정신을 부활시키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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