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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미래, 3大변수에 달렸다/ 한달새 20% 급락… 장중 120달러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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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미래, 3大변수에 달렸다/ 한달새 20% 급락… 장중 120달러 아래로

입력
2008.08.0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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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150달러를 넘보던 국제유가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2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불과 한달 사이 20% 가까운 급락세다. 초(超)고유가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아직은 유가가 대세하락에 접어들었다고 누구도 단언키 어려운 상황.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요인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수요는 줄었나

최근 유가를 하락세로 돌아서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은 수요 감소 조짐이다. 너무 비싸서든, 경기 침체 때문이든 석유수요가 줄고 있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실제 미국 유럽 선진국들의 석유수요는 경기침체여파로 둔화조짐이 뚜렷하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수요 증가율은 5월 들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최대 소비국인 미국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하루 평균 45만배럴)나 줄었다. 미국 석유협회는 올 상반기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에너지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던 중국, 인도 등 신흥 성장국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개발촉진을 위해 시행해 오던 유류보조금(인도, 말레이시아 등)이나 석유가 인상 억제정책(중국)을 최근 거둬들인 것. 통계 집계가 느려 정확한 변화는 알 수 없지만 이들 국가의 수요량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게 최근 국제 시장의 중론.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 흐름 변화는 수요 변화가 점진적으로 영향을 끼친 탓”이라고 말했다.

공급은 늘었나

올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의 산유량은 지지부진했다. 유가급등을 수요 탓으로 돌리며 한편으로는 고유가를 즐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수입국들의 아우성이 높아지자 사우디아라비아가 7월부터 매일 20만배럴 증산을 결정하는 등 OPEC 국가들은 최근 3개월 연속 증산에 나서고 있다. OPEC 12개국의 월간 산유량은 4월 2,940만 배럴에서 5월 2,970만, 6월 2,990만 배럴로 늘어났다. 아직은 ‘감질’나는 정도지만, 산유국들의 증산은 분명 가격하락에 호재다.

고유가의 쓴맛을 본 선진국들은 재고를 늘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석유제품 재고(6월말 현재 13.7억 배럴)는 과거 5년간 평균보다 1,300만배럴 많은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산유국들이 언제까지 유가 하락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게 뻔해 언제든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불안요인”이라고 말했다.

투기자본이 빠지나

1,2차 오일쇼크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투기자본의 가세다. 달러약세와 글로벌 증시침체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헤지펀드 등 금융자본이 원유에 대한 투기적 매입에 나서면서 유가가 급등했던 것. 최근 유가 상승분의 40% 가량은 국제 투기자금 때문이라는 분석(삼성경제연구소)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기자금이 원유 등 상품시장에서 조금씩 이탈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주된 배경은 달러화 약세의 둔화. 한때 1.6달러에 육박하던 달러의 대유로 환율은 최근 1.56달러 대까지 내려와 달러의 매력을 되살리고 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7월 헤지펀드의 원유 선물 매도 포지션이 17개월만에 처음으로 매수 포지션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투기 세력도 유가 상승보다 유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의회가 원유시장의 투기 규제법을 추진중인 것도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시장에서 가장 예측키 어려운 것이 금융거래 움직임”이라며 “달러가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언제든 유가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수요, 공급, 투기자본 모두 예전보다는 분명 호전된 상황이다. 하지만 유가를 급격히 떨어뜨릴 만큼 획기적 변화는 아니다. 더구나 ▦나이지리아, 이란 등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요소 ▦상존하는 미국의 허리케인 위험 ▦4분기 들어 다시 늘어나는 석유의 계절적 수요 등 유가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들이 산적해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유가하락은 높은 가격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어 보인다”며 “당분간 배럴당 120달러를 전후해 양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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