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5일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해 해임요구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임기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여론이 형성되면서 퇴진론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의 해임 요구는 정 사장 퇴진론에 법적, 제도적 힘을 부여했다고 평할 수 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현저한 비위'를 해임요구 사유로 들었다. 특히 감사보고서는 곳곳에서 정 사장이 '실패한 경영자'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광고수입이 대폭 감소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흑자경영이 수신료 인상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사회의 수입증대 대책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 사장 취임 이후 KBS 만성적 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KBS의 방만한 경영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정 사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논리로 경영 성과를 1년마다 평가해 기관장을 교체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과도 꼭 맞아떨어진다.
다만 감사원은 보수단체들이 5월 특별감사를 청구하면서 제시한 이유인 편파방송 의혹에 대해서는 방송의 독립성을 고려해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감사원은 정 사장 개인 비리에 대해서도 밝혀낸 것이 없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사장의 잘못이 해임을 요구할 정도로 중한 범죄인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보통 공기업 감사의 경우 편법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등 수백 억원의 회사 돈을 직원들에게 마구 나눠줘도 주의나 시정조치에 그치는 것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감사원의 해임 요구는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통상 4, 5개월 걸리는 국민청구 감사를 두 달 만에 끝내 정 사장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여권의 요구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아울러 감사원이 임용권자(대통령)가 아닌 임용 제청권자(KBS 이사회)에게 해임을 요구함으로써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려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그래서 '권력 눈치보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제 초점은 8일로 예정된 KBS 이사회의 최종 결론이다. 현재 예상은 정 사장 해임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11명의 이사 중 과반이 정 사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해임 요구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임용 제청권자인 KBS 이사회가 정 사장에 대해 단순한 사퇴권고를 넘어 해임까지도 제청할 권한이 있는지, 해임을 제청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해임권한이 있는지가 불확실하다. 감사원은 당연히 해임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더구나 정 사장이 감사원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맞서면서 시간을 끌 경우 남은 임기(2009년 11월까지)를 상당기간 채울 가능성도 있다. 감사원은 이런 지적에 "우리는 법에 따라 할 일을 다했을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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