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객들이 필리핀 세부공항에서 항공기 이륙 지연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다가 현지 보안요원에게 총기 위협까지 당한 일이 벌어졌다.
5일 세부퍼시픽 항공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 177명을 태우고 4일 오후 3시45분(현지시간) 세부에서 인천으로 떠날 예정이던 세부퍼시픽 OJ128편 항공기 이륙이 공항 터미널 사정으로 7시간 이상 지연됐다.
항공사는 이날 오전 승객들에게 출발시간이 오후 7시로 늦어질 것 같다며 오후 5시까지 공항에 나오라고 안내했으나, 출발이 2시간30분 가량 더 늦어지자 한국인 승객들이 항공사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특히 승객 70여명은 오후 9시20분께 이륙 준비가 끝났는데도, 항공료 전액 환불을 요구하며 탑승을 거부한 채 농성을 벌였다.
공항이 소란해지자 공항 보안요원이 출동했으나, 한국인 승객들은 고성을 지르고 공항이 촬영금지 구역이라는 점을 무시한 채 휴대폰과 사진기로 보안요원이 제지하는 장면을 찍었다.
이에 놀란 보안요원이 휴대한 총을 꺼내 승객들을 제지했다. 세부퍼시픽 항공 관계자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현지 보안요원들이 승객들이 내지른 큰 소리에 놀라 신변에 위협을 느껴 총으로 승객들을 제지했다”고 말했다.
보안요원과의 충돌은 현지 항공사의 중재로 곧 마무리됐으나, 승객 70여명은 이후에도 한 시간 넘게 농성을 벌이다가 오후 11시께 비행기에 탑승해 5일 새벽 4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또다시 농성을 벌였고 이날 정오께 항공사가 1인당 10만원씩 위로비를 제시하자 대부분 귀가했으나 일부는 오후 늦게까지 농성을 계속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에 대해 필리핀 공항의 운영미숙으로 이륙이 지연된 것도 문제지만, 한국인 승객들의 과잉 대응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외국 승객들의 경우 항공기 지연 등에 항의를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면서 “한국인 승객들은 과도하게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에 항공사의 사소한 잘못에도 쉽게 흥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될수록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악화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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