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서 농성중인 촛불시위 수배자가 초등학생들을 부추겨 이명박 대통령을 욕설과 함께 거칠게 비판하는 내용의 방명록을 쓰도록 하고,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학생 학부모와 소속 학교는 인터넷 포털에 동영상 삭제를 요구하는 한편, 동영상을 올린 사람을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달 5일부터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이달 1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조계사 촛불 수배자 농성단' 블로그에 농성장을 방문한 초등생들이 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동영상과 이들이 쓴 4장의 방명록 사진 등을 게시했다.
경남 마산 A초교 3학년이라고 적힌 방명록에는 획이 비뚤비뚤 고르지 않고 맞춤법도 틀린 글자로 '이명박 게XX', '야 이 XX, 니만 잘 살면 다가', '난 널 살인하겠다' 등 험악한 글이 적혀 있었다.
다른 글에도 '이명박 죽을래', 'X보다 못한 놈!' 등의 거친 말이 담겼고, 또 다른 글에는 'XX병 도지기 전에 그냥 나온나' 등의 욕설이 적혀 있었다.
동영상에는 초등생 5~6명이 방명록을 쓰는 과정이 51초 분량으로 실렸다. 한 남자 아이가 욕설을 쓰자, 한 농성자가 "이것 봐"라며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아이들 얼굴 일부는 모자이크 처리됐으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얼굴 식별이 가능했다. 백씨는 동영상과 방명록을 게시하면서 "초등생조차 (이 대통령에 대해) 아저씨라는 호칭도 아까워 하고 있었다"는 소감도 적었다.
백씨는 2일 블로그에서 이 동영상과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를 본 네티즌들이 '마산 초딩들의 조계사 방명록', '무서운 초딩들' 등의 제목을 달아 퍼나르면서 인터넷에 급속히 확산됐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5일 오후까지 문제의 동영상이 10여개 게시됐으며, 각 게시물마다 조회 수가 1만건을 넘었다.
이에 대해, 마산 A초등학교 관계자는 "농성자들이 대통령을 비난토록 부추겼고, 허락도 없이 동영상을 올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며 인터넷 포털에 삭제를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학교측에 따르면 A초교 6명을 비롯해 마산ㆍ창원지역 초등생 11명이 지난달 23일 여름방학체험 프로그램으로 서울을 방문했다가 조계사 앞을 지나던 중 호기심에 농성장을 찾게 됐고 주변 어른들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됐다.
A초교 김모 교장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아이들은 어떤 아저씨가 종이를 주면서 '이 대통령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적어라. 욕도 좋고, 반말을 해도 된다. 비공개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했고, 주변 어른의 웃음에 경쟁적으로 글을 쓰게 됐다고 한다"며 "어른들이 초코파이와 사탕, 부채를 주면서 아이들의 행동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이 '왜 (동영상을) 찍어요'라고 묻자, '혼자 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까지 시켰다고 한다"며 "아이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다니 통탄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백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농성장을 방문해 이 대통령 욕을 하길래 방명록을 쓰도록 했고 아이들조차 대통령을 욕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블로그에 동영상과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이름이 나간 것을 알고 뒤늦게 이튿날 삭제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계속 퍼 날라 포털측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송용창 기자 김성환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