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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학전의 어린이 연극 '슈퍼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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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학전의 어린이 연극 '슈퍼맨처럼!'

입력
2008.08.0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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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들에게 방학은 더는 방학이 아니다. 방학을 ‘방대한 학비’가 드는 기간으로 표현하는 세태니 더는 말해 무엇하랴. 방학 특수를 겨냥한 어린이, 청소년 연극들이 학원 등 사교육에 밀려 객석이 텅 비거나 공연이 취소되기까지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연극 축제 속에 덤으로 묻히고, 미취학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물만이 어린이 연극 상차림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이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를 위한 연극을 꾸준히 올리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어른들이 들려줄 수 있는 우리 삶의 가치있는 이야기, 어린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눠야 할 경험은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에 이어 세번째 어린이 연극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극단 학전의 <슈퍼맨처럼!> 은 대학로 대부분의 성인 연극들이 저버린 연극의 사회적 소명을 담담히 되새긴다.

신작 <슈퍼맨처럼!> 은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자가 된 주인공 동규와 가족, 이웃들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극중 인물들은 어둡거나 칙칙하기보다 활력있는 캐릭터들로 희극적 상황을 연출해 낸다. 무엇보다 탄탄한 극 구성으로 교훈적이거나 계몽적이지 않게 주제 전달에 자연스럽게 이른다.

이 연극은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관객의 마음 속에 논쟁을 제기한다. 부모들을 단순히 보호자 관객의 위치로 부록처럼 두지도 않는다. 극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하게 하고(<고추장 떡볶이> 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의 성장과 경험을 통제하는 어른들의 과보호와 편견에 대한 반성을 끌어낸다.

동화를 구연하듯 과장된 어법을 구사하는 여타의 어린이극과는 달리, 일상어법에 가까운 담백한 말투를 들려준다. 기타, 플루트 등의 라이브 음악을 사용한 장면 전환도 연극에 생기를 더한다.

주인공을 뉴타운 재개발 동네로 이사 온 것으로 설정하는 등 독일 산 원작을 우리 현실로 성큼 옮겨왔지만, 장학사의 가정방문 등 장애인 복지정책의 차이를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환경 속에 있는 주인공에게 정부가 전동 휠체어를 선뜻 제공하기로 한 소식 앞에서 아이들이 외치는 ‘대~한 민국!’ 구호는 씁쓸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갖지 않은 사람도 삶의 ‘장해’를 용기와 최선의 성실로 이겨내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자기 삶의 영웅 ‘슈퍼맨’임을 연극은 유쾌하고도 따스하게 응원한다.

점수 경쟁에 시달려 타인과의 차이를 이해하기는커녕 밀치고 달리기만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가 전도된 현실 속에서, 재미를 누리는 가운데 충분한 생각거리를 선사하는 연극이다. 9월 7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김민기 번안 연출.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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