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800만명의 국제도시 베이징에는 한국만의 색채로 뭉친 3대 아이콘이 태극전사들을 반기고 있었다. 공항 출구 택시에서부터 주택가, 대학로까지 한국을 알리는 주역들은 베이징현대(北京現代)와 왕징(望京), 우다코(五道口)다.
5일 오후 1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막 나서자 꼬리를 문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항 직원이 행선지를 묻고 잡아준 택시는 뜻밖에 엘란트라였고 택시 2대중 1대는 ‘베이징현대’ 꼬리표가 달려있었다.
현대가 베이징의 도로를 점령했다. 베이징 전체의 택시 8만대중 현대택시는 모두 3만8,000여대로 절반에 가깝다. 간혹 쏘나타도 있지만 주종은 엘란트라로 폭스바겐의 산타나, 제타, 시트로엥의 후캉 택시 등을 저 멀리 따돌렸다.
현대가 베이징을 휩쓴 것은 2005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이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배기량이 큰 택시를 공개입찰할 때 베이징기차와 합작한 현대자동차가 ‘베이징현대기차 유한공사’란 이름으로 이를 따낸 후부터다.
노란색과 녹색, 파란색, 보라색 등 사계절을 상징하는 색깔로 단장한 베이징현대 택시는 올 4월 서우두 공항에서 10㎞ 정도 떨어진 곳에 제2공장을 준공하는 등 베이징 대표 택시로 거듭나고 있다.
베이징현대 택시를 모는 진??(金順ㆍ39) 기사는 “베이징에서 가장 좋은 택시는 북경현대의 쏘나타”라며 “현대가 한국 회사라는 것은 베이징 사람 모두가 다 안다”고 말했다.
서우두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베이징으로 진입하던 택시가 30분만에 도착한 곳은 왕징. 베이징 북서쪽의 이 지역은 아파트가 즐비한 베드타운으로 10만여명의 베이징 한인동포중 절반 가까운 5만여명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 한국인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전. 93년 신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할 때만해도 허허벌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곳은 지금 하루에 중국말 한 마디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중국속의 한국’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찾은 ‘본가’라는 고기집의 중국인 여직원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유창하게 할 정도로 이곳은 중국이 한국에 동화돼야 사는 곳이 됐다.
‘자하문’이라는 음식점 지배인 이재학(45)씨는 “97년 중국에 처음왔을 때 왕징에는 한국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한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동네가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에서 차량으로 서쪽으로 20분 거리의 지하철역 우다코. 베이징(北京)대학과 칭화(淸華)대학, 베이징위엔(北京語言)대학 등 대학촌 중간에 있는 이 역 주변 도로와 골목에는 모닝글로리, 미스터피자, 뚜레주르, 서해안사우나 등 한국말로 쓰인 간판들이 줄을 잇고 레코드가게에서는 국내 인기가수 이루의 ‘마네킹’이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다코는 이곳에서 지하철역보다는 한국 유학생의 아지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1층짜리 동원패션쇼핑몰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즐비한데 이곳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톈리지에(23ㆍ여)씨는 “한국 유학생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한국 쇼핑몰을 보면서 유행과 스타일을 벤치마킹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전준호 기자 진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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