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중견 첼리스트 조영창(50ㆍ독일 에센 폴크방음대 교수)이 3장의 음반을 한꺼번에 냈다.
2001년 녹음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5곡) 음반을 비롯해, 하이든 첼로 협주곡 1, 2번(1996), 그리고 누나 조영방(피아노) 조영미(바이올린)와 함께 연주한 조트리오의 실내악 음반(1997)이다.
독일에서 발매됐던 것들로, 이번에 알레스 뮤직을 통해 늦게나마 국내에도 소개됐다. 국내에 조영창의 음반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1980년대 초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뮌헨 ARD 콩쿠르 등 세계적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그의 이력을 볼 때 국내 첫 음반 발매라는 게 의외다.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고, 원래 녹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녹음을 하면 완벽하게 하느라고 수정을 하니까 음악적인 흐름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실수가 있더라도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11일 예술의전당에서 화음체임버오케스트라와 하이든 협주곡 1번을 협연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석 장의 음반의 국내 발매에 대해 “우선은 반가운데 듣는 분들이 형편없다고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된다”며 웃었다. 장발 시절의 모습이 담긴 조트리오 음반의 표지를 보고는 “가발 같지 않냐”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하이든 협주곡 음반을 보면서는 12년 전 녹음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쾰른 인근의 시골 농가를 개조해 만든 스튜디오였는데 난방시설이 없어서 엄청 추웠어요. 농구를 하다 인대를 다쳐서 팔도 안좋았고. 하지만 그때 밤하늘에 가득하던 별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음반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첼로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독일 피아니스트 베네딕트 쾰렌과 함께 했다. 국내 연주자의 음반으로는 지난해 가을 나온 양성원의 것(EMI)이 첫번째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보다 한참 앞선 것이다.
발매 당시 독일 언론으로부터 “독일 연주자들도 짚어내지 않았던 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해석한 연주”라는 호평을 받았다.
조영창은 “독일인보다 더 독일적인 연주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원로 성악가 조상현.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좋아하신 독일 가곡들을 듣고 자라서 독일 음악의 섬세한 디테일이 몸에 밴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모르고는 베토벤을 연주할 수가 없거든요. 베토벤은 저에게 정체성을 담을 수 있게 하는 작곡가예요.”
21년째 같은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그는 올해 말에는 제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핀란드, 스페인, 러시아, 프랑스, 한국 등 다국적의 제자들과 함께 만든 ’12 첼리스트’의 순회 공연을 위해서다.
내년 초에는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녹음할 예정이다. 그는 “나이가 드니까 하고 싶은 것들이 분명해진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큰일”이라며 웃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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