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취득ㆍ등록세, 양도소득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감세 조치를 취했거나 앞으로 감세 계획을 밝힌 세목 리스트다. 거의 모든 세금을 망라한다.
정치권이야 생리상 ‘증세’ 보다는 ‘감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해 원칙과 중심을 잡아야 할 곳이 행정부지만 조세당국(기획재정부)은 여당의 감세 드라이브에 뒷전으로 밀려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원칙에 어긋나는’ 감세, ‘앞뒤 가리지 않는’ 감세가 남발되고 있다.
감세는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기조)의 핵심 뼈대. 많은 전문가들이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감세 정책을 독주하다 보니, ‘정치적 감세’ ‘감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감세안이 기본적으로 ‘조세개혁’ 차원 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전날 서민 생필품 부가가치세 감면 등의 개편방안을 당이 직접 발표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편다는 정치적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나라당 감세 아이템 중에는 조세원칙에 어긋나거나, 오락가락하는 내용들이 상당수다. 우선 서민들을 위한 부가세 감면. 한나라당은 택시 LPG를 비롯한 서민 생필품 등에 대해 부가세를 감면해 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조세개혁의 기본 전제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조세개혁 차원의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던 조세연구원도 최근 ‘부가세 감면 최소화’를 권고한 바 있다.
부동산 감세 역시 보유세, 거래세 등 모든 세금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리려다 보니 효과 자체가 의문시된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라면 거래세를 인하하면 된다”며 “보유세를 동시에 내린다면 집을 팔지 않고 갖고 있으려는 욕구를 자극해 오히려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세로 인한 세수 문제에 대해서도 여당은 안이하다. 임 의장은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성장률이 떨어지는데도 세수가 많이 늘고 있다”며 “한 번 노출된 세수는 그대로 있는 만큼 감세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 사정이 그렇게 여유롭지 만은 않다. 지난해 쓰고 남은 세금(세계잉여금)이 15조원에 달한다지만 추경편성, 대규모 유류세 환급, 잇단 감세 정책 등으로 곧 바닥이 날 형편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수가 많이 걷혔다지만 큰 씀씀이 탓에 하반기에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선 세금을 깎고 다른 한쪽에선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고영선 KDI 연구위원은 “조세기반 확대를 위해 지금은 오히려 부가세 감면 축소가 필요한 시점이고, 근로소득세 인하도 꼭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세제 개혁을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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