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민간 소비가 4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체감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 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조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BSI는 76으로 2006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도 7개월 연속 하락해 지속적인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는 나빠지고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히려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7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9% 상승하며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이후 적자행진을 이어온 경상수지가 일시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은 위안이다.
이번 주에는 기준금리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7일로 예정돼 있다. 금통위가 지난해 8월 5.0%로 올린 후 11개월간 동결했던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기보다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강조함으로써 8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7월 소비자물가가 6%대를 위협하고 있고,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이 예견된다.
하지만 배럴당 150달러에 달했던 국제 원유가격이 120달러대로 떨어지고, 원ㆍ달러 환율도 1,000원대 수준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향후 인플레 압력이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게 된다면 가계 대출부담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투자활동도 위축시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적자 기조인 경상수지에 자본수지 적자폭도 커지고 있어 국내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강조한 한국은행으로서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사이클이 단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와 경기를 정확히 예측해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대내 요인이라기보다는 원자재가 상승 등 대외적 변수에 의해 물가와 경기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금리 인상 시기로 적기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백흥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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