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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당시 수사검사 뒷얘기 공개/ "사형 집행장 가져오면 여죄 밝히겠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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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당시 수사검사 뒷얘기 공개/ "사형 집행장 가져오면 여죄 밝히겠다 말해"

입력
2008.08.05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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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8) 사건의 담당 경찰과 검사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자리. 누군가 당시 수사 검사였던 최관수(41) 변호사가 면회를 갔다가 유영철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사형집행장을 가져오면 여죄를 털어놓겠다"는 제안이었다.

수사 당시 유영철이 "4명의 부녀자를 더 살해했다"고 밝힌 이후, 검찰은 용하다는 점쟁이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사체를 찾는데 실패했었다.

과연 유영철은 또 한번 검찰에 '게임'을 제안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빨리 죽고 싶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유영철은, 한때 검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범행만 자백한 뒤 사형집행이 임박했을 때 한 건씩 추가로 털어놓는 수법으로 삶을 연장하려 하는 것일까.

검사 재직 당시 최관수 변호사와 함께 유영철 사건 주임검사를 맡았던 이건석(42) 변호사가 사건 발생 4년 만인 4일 유영철 사건 후일담을 대검찰청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에 게재했다.

유영철 사건은 담당 검사에게도 공포, 그 자체였다. 이 변호사가 살인 피해자 11명에 대한 부검 참여를 위해 찾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 "유영철이 이미 부검을 모두 해 놓았으니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부검의의 농담은 사실에 가까웠다. 부검의의 말대로 11구의 토막난 사체들은 장기가 텅 빈 채 부검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암매장 됐다가 발굴된 사체들이라 색깔은 검게 변해 있었다. 이 변호사는 "부검실 내부의 하얀 벽면과 대비돼 흑백 텔레비전 화면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변호사는 10분만에 밖으로 나왔고, 그날 폭음을 했다.

경찰에서 유영철의 신병이 인도되면서 이 변호사와 유영철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유영철의 변덕, 호기, 상처 등은 쉽게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구치소에서 영등포구치소로 이감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거나, 발작을 일으키고, 검사에 대한 적대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러다가 "검사님, 선물 하나 줄께요"하며 결정적 증거를 알려주기도 했다. 유영철은 부유층 사람들을 살해할 때 착용했던 구두보조뒷굽을 경찰 기동수사대 승합차 의자 밑에 숨겼다.

경찰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기침을 하는 척 허리를 숙인 뒤 구두에서 보조뒷굽을 빼내 감춘 것이다. 유영철의 자백으로 검찰은 범행 현장의 족적과 구두보조뒷굽 모양이 일치한다는 중요한 범행 증거를 확보했다.

이 변호사는 유영철의 인간적인 일면도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유영철이 '맑고 고독해 보이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억하면서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절도죄로 구속되면서 점차 세상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게 됐지만 기본적인 심성은 밝은 편"이라고 평했다.

유영철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이 변호사에게 "담배 끊으세요. 어쩌면 나보다 검사님이 먼저 죽을 수도 있어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법적으로 유영철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당시 수사 검사들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인 사건이다. 21건의 살인 중 유일하게 무죄 선고를 받은 이문동 살인사건, 끝까지 확인하지 못한 4건의 여죄.

이문동 살인사건은 이후 다른 연쇄살인범 정모씨의 범행으로 밝혀져 법원 선고까지 내려졌지만, 이 변호사는 "만약 유영철이 끝까지 이문동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고 주장해 유죄가 확정됐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며 "진실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사형수 유영철' 어떻게 지내나

2004년 21명을 연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중 20명에 대한 살해 혐의로 2005년 6월 사형이 확정된 유영철은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외부인 접견도 거부한 채 독거실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4일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유영철은 운동도 하지 않고 외부인 접견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오전 6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아침식사 후 설거지도 빼놓지 않는 등 비교적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닥에 누워 빈둥거리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때때로 무협지 등을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영철의 연쇄살인 사건은 범행의 잔혹함과, 사형제에 대한 논란으로 아직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유영철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 '추격자'가 개봉돼 513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관객들은 환호했지만, 수사를 맡았던 담당 경찰관들과 검사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건석 변호사는 '뉴스프로스'에 게재한 후일담에서 "영화에서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의 검사가 기동수사대장을 마구 다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반적으로 검사가 경찰 수사를 훼방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전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장 강모씨 도 " '놈을 잡은 건 경찰도 검찰도 아니었다'는 식의 발언은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수사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섭섭해 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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