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약 메시지 쓸쓰록 언어능력 향상"
휴대폰 문자 메시지 사용에 익숙해질수록 읽고 쓰는 언어 구사 능력이 ‘오히려’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석이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축약한 문자 메시지 때문에 언어 사용의 기본 틀이 무너지고 있다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일 영국 작가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신간을 인용해 “문자 메시지가 우려한 것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고, 오히려 젊은이의 의사소통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자와 숫자를 지나치게 축약해 의사소통 하는 것 자체가 정통 언어구사를 신봉하는 학자들에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올해 전세계 문자 메시지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2조3,000억 개에 달하자 우려는 더 커졌다. 문자 메시지가 의사표시를 빨리 하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지나친 사용은 의사소통 자체를 무력화해 문맹 시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학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고교생의 공책을 빨간 펜으로 교정하는 교사가 생겼고, 문자 메시지 사용에 반발해 문법에 맞춰 쓰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실천하는 시민도 등장했다. 방송인 존 험프리스는 문자 메시지를 원시적이라고 평가절하 했고, 작가 린 트루스는 축약한 문자 메시지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 실시한 실험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영국 학교에서 실시된 실험에 따르면 약자 형태의 문자를 많이 주고 받은 학생일수록 읽기와 어휘 시험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휴대폰 구입 시기가 가장 빨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부모가 이해를 하든 못하든 어린 자녀와 많이 대화할수록 아이의 언어 습득 능력이 향상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게 크리스털의 주장이다.
크리스털은 문자 메시지 사용이 진화론처럼 오히려 언어를 발전시킨다고 믿는다. 외부 충격으로 언어가 급격히 변해 왔지만 결국 발전의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한 사건은 현재의 문자 메시지 출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어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가 현재 신문 영어와 문자 메시지 차이보다 두드러질 정도로 컸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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