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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X파일] 흑인과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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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X파일] 흑인과 금메달

입력
2008.08.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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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에게 금메달이 무슨 소용이야!”

1960년 어느 늦은 밤 미국 허드슨 강. 한 흑인 청년이 올림픽 금메달을 강에 던졌다. 인종 차별에 분노한 이 청년의 이름은 케시어스 클레이. 권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의 옛이름이다.

클레이는 1960년 로마올림픽 권투 라이트헤비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클레이는 조국 미국을 대표해 금메달을 따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금메달을 목에 건 채 밥을 먹었고, 심지어는 잠 잘 때도 금메달을 목에서 빼지 않았다. 금의환향한 클레이는 “나는 소련과 폴란드 선수를 이겼고, 미국을 위해 금메달을 따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종 차별 앞에선 금메달도 별 볼일 없었다. 고향에 도착한 클레이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레스토랑에서 쫓겨났다. 시비 끝에 백인 청년과 싸웠지만 “검둥이 주제에”라는 소리만 들었다. 울분을 참지 못한 클레이는 금메달을 강물에 내던졌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지만 흑인은 개밥에 도토리에 불과했다.

클레이(clay)는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이름을 무하마드 알리로 바꿨다. 백인이 흑인 노예에게 지어준 진흙(clay)이란 뜻의 이름을 거부했다. 베트남 전쟁 징집을 거부해 옥살이를 자청하기도 했다. 알리는 “흑인 인권도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누구를 위해 전쟁을 하느냐”면서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당신과 싸우겠다”고 외쳤다.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난 알리는 인종 차별이란 굴레와 싸웠다. 파킨슨 병을 앓던 알리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성화 최종주자로 나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마란치 위원장은 알리의 목에 36년 만에 새로 만든 금메달을 걸어줬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36년간 싸운 알리가 세상과 화해하던 순간이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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