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초록이다. 눈부신 자연의 신록은 폐부 저 깊숙한 곳까지 상쾌하게 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시즈오카 현. 후지산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이국의 초록은 마음도 쉴 수 있게 만드는 듯하다.
시즈오카는 도쿄나 오사카처럼 흔히 찾는 일본의 여행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직 때가 덜 묻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화려하지 않아 소박하고, 시끄럽지 않아 고즈넉한 그런 곳이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뿌리를 내려 사는 사람들도 각박하지 않고 넉넉하다. 도시의 일상에 찌든 사람들이 찾는다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시즈오카 초록의 원천은 녹차다. 물론 일본 제일의 후지산이 있고 온천과 골프장, 일본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지 등도 도처에 산재해 있다. 혹자는 “일본의 매력 전부가 시즈오카에 모여있다”는 자랑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즈오카의 매력은 녹차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일본 녹차 소비량의 45%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질도 양도 일본 제일이다. 잘 정돈되고 다듬어진 시골길 같은 도로를 달리면 보이느니 온통 차밭이 빚어내는 절경이다.
자연스럽게 녹차를 체험하는 독특한 관광지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왁자지껄한게 아니다. 격조 있고 조용한 곳이다. 시마다시에 있는 ‘오차노사토’라는 차 박물관이 그런 곳이다. ‘차의 고향’이라는 뜻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차와 차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 형태로 꾸며져 있다.
일본식 전통 정원을 바라보며 차실에서 직접 다도를 경험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직접 타주는 녹차 맛이 정말 일품이다. 마키노하라 시에 있는 ‘그린피아 마키노하라’도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광대한 차밭 한가운데서 찻잎 따기, 찻잎 비비기 등 차에 관한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온천도 시즈오카가 허락받은 축복 중 하나다. 온천이 워낙 유명한 일본이기에 이곳의 온천은 의외로 세상에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온천의 선도는 높아진다. 붐비지 않는 천혜의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맑은 공기를 들이키고 있노라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하다.
시즈오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온천은 대략 20여 곳을 넘는다. 그 대부분이 편안한 휴양을 선사하는 조용한 산속이나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시마다 시 가와네초에 자리한 ‘가와네 온천’은 대형 온천 외에 독립형 별장식 온천시설도 구비해 인상적이었다.
산중 온천이라 불리는 가와네혼초의 ‘스마타쿄 온천’은 욕조에서 조망하는 계곡이 절경이다. 후지산이 바라 보이는 온천도 찾을 수 있다. 시즈오카는 온천으로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온천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 할 만하다.
시즈오카 현 곳곳에는 일본의 전통과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사적이 적지 않다. 낯선 문화를 체험하고 견문을 넓히는 여행의 고유한 즐거움도 빠지지 않는 셈이다. 가케가와 시의 ‘가케가와 성’에서는 일본 특유의 우아하고 유서깊은 성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요시다초에 있는 ‘고야마 성’은 아담하지만 일본 전국시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후쿠로이 시의 ‘유산사(油山寺)’에 가면 1,200년 전에 세워진 일본식 사찰을 접하게 된다. 시마다 시에서는 옛날 증기기관차를 타고 추억을 되새겨보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사람 좋아 보이는 기관사 아저씨가 하모니카를 불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골프장도 매력 중 하나다. 시즈오카의 골프장은 코스가 부드럽고 겨울에도 즐길 수 있다. 골프장이 각지에 자리하고 있는데 후지산을 바라보는 코스도 몇 군데 있다. 골프와 온천을 함께 즐기려는 골프 애호가들이 찾을 만하다.
하지만 역시 시즈오카는 후지산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3776m의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인 후지산의 머리에는 늘 하얀 눈이 덮여 있다. 멀리서 바라볼수록 그 수려한 멋을 더한다고 한다. 시즈오카 어디에서든 날씨가 좋으면 그 전경을 볼 수 있다.
물론 등산을 경험하는 것이 백미다. 일본 사람들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오르고 싶어할 정도로 후지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산을 완전 개방하는 것은 연중 7, 8월 딱 두 달 뿐이다. 이때가 등산의 최적기다. 등산 코스도 그리 험하지 않다.
적당한 장비와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오른다면 누구나 등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후지산 중턱까지 자동차 도로가 잘 닦여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더라도 주변 자연경관과 온천 등 휴양시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만하다.
■ 짧아지는길… 내년 3월 시즈오카공항 개항
현재 시즈오카로 가는길은 도쿄 쪽에 있는 하네다공항, 나리타공항이나 아니면 나고야공항을 이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공항에서 내려 신칸센을 이용하거나 버스를 타면 된다. 그러나 시간이 좀 걸린다.
버스를 기준으로 도쿄 쪽에서는 3시간여, 나고야 쪽에서는 2시간여 달려야 한다. 인천공항-나고야공항 간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매일 6회 취항하고 있다. 1시간 50분 정도면 도착한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는 좀 달라진다. 후지산 시즈오카공항이 개항하기 때문이다. 후지산 시즈오카공항은 시즈오카 현의 중앙부인 시마다 시와 마키노하라 시의 사이에 들어선다. 2009년 3월 개항을 목표로 한창 공사중이다.
새 공항이 개항하면 후지산과 가장 가까운 공항이 생기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후지산을 가려면 대부분 도쿄나 나고야 쪽을 통해서 들어갔지만 이제는 바로 갈 수 있게 된다. 공항 이름에 후지산을 넣은 것은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천공항-후지산 시즈오카공항 간 항공편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1일 1편으로 취항 의사를 표명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시즈오카 현 관광 문의 (02)737-1122, 일본 현지 81-(0)547-46-2844
시즈오카=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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