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와 중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싸우더라도 중국을 응원해야만 해요.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한국을 응원할래요. 한국 선수가 지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아요.”
2008베이징올림픽 공식 응원단 600명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인 박보연(30)씨. 중국 취재진에게 “중국 최고”를 외치던 그는 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누구보다 뜨거운 애국심을 드러냈다.
펜싱경기장에서 응원 연습을 마친 그는 퇴약볕 아래서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한국 농구팬들이 궁금해한다’는 말을 건네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허공으로 솟구친다.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라고 대답했다.
박씨는 프로농구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정도로 유명한 치어리더였다. 97년부터 SK 나이츠 치어리더로 활동한 그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 치어리더팀 띠엔펑(顚峰)을 만들었다. 띠엔펑은 올해 5월에 열린 올림픽 응원단 라라뛔이(拉拉队)로 선발됐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거든요. 띠엔펑은 라라뛔이에 소속된 치어리더팀 15개에서 뽑은 유동팀 3개 가운데 하나에요.” 유동팀은 중국의 금메달 유망 종목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치어리더팀. 띠엔펑은 중국이 무더기 금메달을 쏟아낼 역도와 체조를 비롯해 야구 결승전과 배구, 펜싱 등에서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베이징 교외에서 세 달간 합숙훈련을 한 박씨는 “하루 종일 반복되는 훈련이 너무 고되 지친 것도 사실인데요”라면서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자 설레고 긴장돼요”라고 말했다. 어찌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올림픽이 끝나면 무척 허탈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뭘 할 계획이냐고 묻자 눈빛이 반짝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중국 스포츠에 치어리더를 보급하고, 학교마다 치어팀을 만들 계획이에요. 할 게 너무 많아요. 한국 치어리더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중국 대륙에 치어리더 문화를 심는 게 제 목표랍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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