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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책, 세상을 탐하다

입력
2008.08.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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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등 지음/평단 펴냄ㆍ208쪽ㆍ1만원

시인과 소설가, 교수 등 소문난 ‘책벌레’ 29명이 자신의 별난 독서 체험을 풀어냈다. 체험과 주장의 유별남에서, 그것을 풀어내는 개성적 글 솜씨에서 이 시대의 독서 예찬론이 빚어진다.

“인간에게 책이 없으면 돈이 없는 것과 같다. 책이 없으면 마음의 배가 고파도 그 배고픔을 달랠 길이 없다. 책은 인간 영혼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정호승 시인은 “책은 한 인간의 일생과 영혼의 모습을 결정짓는다”며 “우리는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워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의 도정일 대표(경희대 명예교수)는 책은 “인간이 가진 독특한 능력의 유지, 심화, 계발에 봉사하는 가장 유효한 매체는 책”이라고 말한다. “지식의 한계 때문에 상상은 위대해지고,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 도한 도전 때문에 표현은 아름다워진다”는 그의 부연은 인간의 유한성이 어떻게 책을 통해서 충족되는 지 밝혀준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인기 도서론은 타성적 독서 습관을 돌아보게 한다. 그는 “베스트셀러에만 빠지는 편식 독서, 소비되는 독서는 개인의 음색이 드러나지 않는 군중 합창단의 독서와 같다”며 “ 음치일망정 꾸준히 연습하며 독창 무대를 견지하는 독서가 자신의 스타일을 만든다”고 썼다.

소설가 성석제씨는 자신의 체험을 근거로 독특한 ‘책도둑론’을 펼친다. “재능 있는 책도둑은 아무 책이나 훔치는 게 아니라, 훔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훔친다”는 것이다. 그는 “책을 훔침으로써 문명과 역사에 대한 안목을 넓히며 지식과 감정의 이종 교배로 유전자를 개량할 수 있다”며 “정선된 보물을 다시 훔침으로써 우리 책 도둑들은 시대 정신을 공유했다”고까지 한다. 중학 이후 책을 훔쳐봄으로써 자신의 방과 마음, 나아가 영혼을 살찌웠다는 것이다.

책이란 그래서 강퍅한 현실에 대한 탈출구이기도 하다. 소설가 이명랑씨는 “도서관에서 나를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 오면 , 다섯 식구가 아등바등 하루를 보내야 했던 비좁은 월셋방도 더는 부끄럽지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밖에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장영희 서강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소설가 공선옥, 하성란, 이명랑씨, 개그맨 전유성씨 등도 ‘책 탐닉기’를 남기고 있다.

책은 독서를 주제로 한 사진집이기도 하다. 사진작가 전미숙씨가 10여 년간 공원, 헌책방, 학교, 화장실, 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 찍은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독서하는 사람이 왜 아름다운지 말없이 웅변한다. 이 책의 인세 수입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에 기부하기로 필자들은 합의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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