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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트레스를 이겨 내는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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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트레스를 이겨 내는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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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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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의기소침해 있거나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파란색을 보면 한층 편안해지거나 유쾌해질 때가 많다. 그래서 파란 볼펜으로 글쓰기를 즐거워하며, 울트라 마린이나 코발트 블루 같은 청색 계열 물감만 봐도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의욕이 충만해지니, 파랑은 분명 나의 유토피아임이 틀림없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하늘 가장 가까이 산다고 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세속적 평안과 정신적 평화는 파란 하늘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티베트의 새파란 하늘과 그곳과 이어진 호수의 얼음같이 파란 물은, 파란색에 대한 나의 느낌과 티베트의 평화스러운 삶이 공명하는 느낌으로 인상적이다.

<오즈의 마법사> 는 1939년 제작되어 컬러필름 개발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흑백영상에 익숙해져 있던 세계인에게 천연색 동영상을 제공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인데, 주인공 도로시의 현실은 흑백으로 표현되고, 컬러는 도로시가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설명한다.

영화 속 현실을 벗어나 꿈꾸는 도로시의 파란 원피스에는 여린 소녀의 심리를 보여주는 창백함이 서려 있지만, 그녀의 이상향에 대한 절정은 그녀에게 힘, 파워를 부여하는 루비구두의 빨간색이다. 신비의 빨간색 루비구두를 신었을 때 얼마나 흥분되고 즐거웠을까.

내가 파란색에서 위안을 찾고 도로시가 빨간색으로 꿈을 색칠해 가듯, 좋아하는 색을 사용하는 것으로 몸과 마음이 즐겁고 쾌적해진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피로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누르기 쉬운 때. 좋아하는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색의 힘은 사이코 드라마 기법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파란색 조명은 고요와 죽음을 상징하고 냉정을 되찾게 해주며, 고독과 근심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도록 장치된다. 파란색이 갖는 색채심리가 상실과 재생을 상징하는 바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무대 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서서히 빨간 조명을 비쳐주면 자극을 받게 되어 표현이 시작되기도 한다. 빨간색의 심리가 인간 본능의 원초적인 외침과도 같다.

이와 같은 색으로 재미삼아 현재의 심리상태를 진단해 볼 수도 있다. 컬러퀴즈닷컴(www.colorquiz.com) 사이트에 가서, 성별을 입력하고, 제시된 8개의 색깔을 차례대로 고르는 것을 두 차례 하면 결과가 나오는데, 현재 상황, 스트레스의 원인, 성격, 욕망, 그리고 문제점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음날 다시 시도해 보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신기하게도 색은 생각 보다 우리의 성격이나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좋아하는 색으로 활동을 하게 될 때, 긴장이 이완되는 듯 진정효과를 보기도 하며, 감정이 고양되는 느낌으로 활력을 주기도 한다. 색이 이끌어 내는 감정의 윤택함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새로이 돈 들이지 말고, 오늘은 옷장 문을 열고 내가 좋아하는 색의 옷을 고르거나, 작은 머리핀이라도 좋아하는 색깔을 몸에 지니고 상쾌한 하루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안진의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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